인천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 천장 마감재가 부서져 내려 하마터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대형마트 측은 사고 직후 고객이나 매장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대피 안내 방송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3일 오후 8시20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홈플러스 송도점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약 15㎡ 규모의 천장 마감재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쏟아지는 사고가 났다.
지역의 다중이용시설 안전 관리·감독 주체인 연수구청은 24일 현장 조사를 벌여 바닥으로 쏟아진 천장 마감재가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르는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된 자재인 것으로 파악했다.
다행히 사고가 난 지점 인근에 보행자와 차량 등이 없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떨어진 마감재 재질과 3m90인 천장 높이를 고려했을 때 사람이 지나갔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연수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출입구만 통제… 다음날 정상영업
2019년 사고때와 20m 정도 거리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직후 고객이나 매장 직원에게 이를 알리고 대피하라는 홈플러스 측의 안내 방송이 이뤄지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의 '다중이용시설 위기상황 매뉴얼 표준안 및 훈련가이드북'을 보면 시설물 붕괴가 발생할 경우 초동 대응으로 안내방송을 통해 신속하게 고객 대피를 유도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 측은 당시 지하 2층 주차장 출입구만 통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다음날인 24일에도 홈플러스 측은 추가 사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매장을 정상 운영하면서 '지하 주차장 안전 점검 중'이라는 안내문만 붙여 놓고 있었다.
이날 오전 매장에서 만난 문모(55)씨는 "송도 인터넷 모 카페에 천장이 무너졌는데도 공지 방송 등이 없었다는 글이 올라왔다"면서 "이용객에게 사고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안전점검이라고만 안내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홈플러스 송도점에선 지난 2019년 4월에도 지하 주차장 천장 마감재가 20㎡ 규모로 무너져 내려 차량 1대가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과 불과 약 20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당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천장 마감재를 시공하면서 설계도면에 있는 보강 작업을 하지 않은 시공사와 감리업체를 건축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시공사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으나 홈플러스 측이 지하 주차장 천장을 전면 재시공해 달라고 시공사와 건물주에 요구해 일부분만 보강 작업이 이뤄졌다. 건물주는 설계도면대로 시공하지 않은 시공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해 현재까지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송도점 관계자는 "건물 천장이 무너진 것이 아닌 대부분 마트에서 사용되는 시공방식인 천장 경량폼 마감재 접착이 약해져 일부가 떨어진 것"이라며 "매장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서 지하 주차장과 에스컬레이터에 있는 고객들에게 대면으로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김주엽·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