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 송현동 삼두1차아파트에서 생기고 있는 지반 침하와 건물 균열이 단지 지하를 지나는 북항터널 공사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한국터널환경학회가 발표한 '인천북항터널 지반침하 조사보고서'를 보면 학회는 삼두1차아파트 일대의 지반침하 원인으로 북항터널 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과 이에 따른 토사 유실을 꼽았다.
한국터널환경학회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공사 등 수도권에서 늘어나고 있는 대규모 지하터널 공사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2021년부터 최근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터널환경학회가 조사한 결과, 북항터널(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공사가 시작된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삼두1차아파트와 인천중앙장로교회 지하 구간에서 1일 평균 최대 4천t의 지하수가 유출됐다고 분석했다.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12㎝ 이상 지반 침하가 일어난 것으로 한국터널환경학회는 추정했다.
이는 삼두1차아파트 인근의 지반침하가 2.918㎜에 불과하다는 법원 감정평가사의 조사 결과와 차이가 매우 크다.
한국터널환경학회는 기존 지하안전평가 방식으로는 지반 침하 규모가 낮게 측정될 수밖에 없어 '원심모형시험기'라는 실험 모델을 도입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삼두1차아파트 주민들은 북항터널 공사가 시작된 이후 지반이 내려앉기 시작했고,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7월12일자 8면 보도) 12㎝ 이상 지반이 내려앉았다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국터널환경학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면서 삼두1차아파트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두1차아파트 주민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에선 "삼두1차아파트 지반 침하 현상과 북항터널 공사는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는 2심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북항터널 공사와 아파트 지반 침하 간 인과 관계를 밝히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삼두1차아파트 조기운 입주민 대표는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새로운 감정 결과를 토대로 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