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nderful!"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적응 주간' 행사에 참가한 세계적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국내 최대 저어새 번식지인 인천 남동유수지를 찾았다. 이들은 도심 속에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번식지가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했다.
지난 29일 오후 6시께 인천 남동유수지 생태학습장. UNFCCC에 참가 중인 이들이 망원경으로 저어새 번식지인 인공섬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틀째 내린 비로 남동유수지 수위가 높아져 저어새 인공섬에는 아쉽게도 저어새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남동유수지 저어새 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마우지나 논병아리, 백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어새는 전 세계에 6천600마리가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위기종으로, 천연기념물 205-1호로 지정돼 있다. 저어새는 매년 3월 인천을 찾아와 4~7월 사이에 번식하고, 남동유수지와 송도 갯벌 등에서 머물다 10월 중순 월동지인 일본이나 대만, 홍콩으로 날아간다.
저어새는 주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무인도에서 번식하는데, 2009년 '작은 섬'이라 불리는 남동유수지 인공섬에서 저어새의 번식이 처음 확인됐다. 매년 번식 개체 수가 늘면서 2018년 남동유수지에는 '큰 섬'이 추가로 조성됐다.
UNFCCC 참가자들 탐조대 관찰
가마우지·논병아리·백로 등 목격
아이들 생태 보전 활동 인상 깊어
이날 만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대학교 데살린 아이알 교수는 "도심 한복판에 있는 저어새 번식지가 아름답게 보전된 모습이 매우 흥미롭다"며 "지자체가 관리를 잘해 새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생태학습장에는 저어새를 보러 왔던 아이들이 그린 저어새 그림이나 나무 조각으로 만든 저어새 모형이 전시돼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이 점을 주목하기도 했다.
뉴질랜드에서 온 빅토리아 웰링턴대학교 제니 릿취 교수는 "생태 보전 활동에 자라나는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저어새에 대해 알게 되고, 새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집트 카이로대학교 자이납 엘마다와리 교수는 "시민들과 지자체가 힘을 합쳐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생태계 환경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며 "이집트에도 남동유수지 저어새 인공섬처럼 시민과 지자체가 함께하는 생태계 보전 활동 프로그램이 도입되도록 건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