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공교육 멈춤의 날'

입력 2023-09-03 19:2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9-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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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교육으로 일어선 나라다. 일제가 세계사에서 가장 악랄한 식민정책으로 조선을 유린했을 때도 독립투쟁의 바탕은 학교였다. 우당 이회영 6형제는 전 재산을 처분해 서간도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무장 독립운동가를 육성했다. 김약연은 이보다 앞서 북간도에 '명동서숙'을 세웠다. 식민 본토 곳곳에선 민족의 말과 역사를 가르치는 야학운동이 이어졌고, 식민지 학생들은 3·1 만세운동에 앞장섰다.

6·25 전쟁 중에도 학교는 쉬지 않았다. 전시 수도인 부산에 모인 학교들은 피난학교와 천막교실을 세웠다. 산업화 기적도 교육이 뒤를 받쳐 가능했다. 식민과 전쟁을 겪은 부모들은 죽기 살기로 자식들을 학교에 보냈고, 가난한 나라에 인재가 쏟아졌다. 나라가 궁핍을 면하자 교육 받은 대중들은 민주주의 결핍을 참지 않고 민주화마저 성취했다.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멈춘 적 없었고, 교사들은 교단을 지켰다. 교육이 근현대 세계사에 유례 없는 기적의 역사를 만들었다.

오늘은 전국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선언한 날이다. 진보적인 교원단체의 장외투쟁이 빈번했던 시절에도 대다수 교사들은 교단을 지켰다. 그 어떤 명분도 교육 중단을 거부하는 선생님들의 사명감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랬던 선생님들이 교권회복을 위해 공교육을 멈춰 세우겠다고 나섰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비극이 공교육의 제방에 구멍을 뚫었다. 무너진 교권을 인내했던 교사들의 절망이 한꺼번에 분출됐고, 학교·교사·학생·학부모 갈등으로 금이 간 공교육 제방이 붕괴됐다. 유명 웹툰 작가와 특수교사의 법정소송이 드러났고, 의정부 한 초등학교에서 두 교사가 차례로 사망한 사건은 2년 만에 억울한 사연이 밝혀졌다. 고양시와 군산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49재날이다. 교사들이 공교육 시계를 하루 멈춘다. 법으로 집회의 불법 여부를 다투는 정부의 태도는 협량하다. 교단을 박차고 나올 정도로 상처받은 교사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위로하는 것이 먼저다. 선생님들께도 당부한다. '공교육 멈춤의 날'에 정치 세력과 이념의 무리들이 올라타 교사들의 충정을 오염시키면 안 된다.

공교육을 하루 멈춰 100년 공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면 허망하지 않다. 오늘 교단을 지키는 선생님들도, 학생과 학부모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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