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사 마음 치료, 지체할 시간이 없다

입력 2023-09-10 19:24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9-11 19면
또 한 명의 교사가 세상을 등졌다. 지난 5일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인 A씨가 자택에서 다친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7일 결국 숨졌다.

A교사는 수년 전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에 맞서 10개월간 홀로 싸운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초등교사노조의 교권침해사례 모집시 자신의 사례를 직접 제보하고 서울에서 열린 주말 추모집회에도 참여할 정도로 교권 회복에도 앞장섰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A교사의 사망 이후 공개된 그의 글에서는 교권 침해를 당한 교사들이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가 엿보인다. 그는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말미에 "서이초 사건 등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이초교 사태 이후 교권과 관련해 교육 현장의 부조리가 여럿 드러났지만, 이번 A교사의 사례에서 한가지 더 확실해졌다. 교사에 대한 고소 고발은 대부분 불기소·무혐의 처분이 나오고 있지만 이로 인한 당사자들의 심적 부담과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교사들의 '마음 치유'가 '교권 회복' 못지 않게 중요한 현안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녹색병원이 지난달 전국 유·초·중·고·특수교사 3천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교사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의 38.3%가 중증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반 성인이 중증 우울증을 겪는 비율(8~10%)을 4배가량 웃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16%나 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작 교육현장의 마음 치유 시스템은 부실하기 그지 없다. 인천의 경우, 인천시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원치유지원센터 '교원돋움터'에 소속된 전문 상담사는 2명에 불과하다. 전문 상담사 1명이 1만3천명이 넘는 교사들의 상담을 전담하는 셈이다.

늦게나마 교육부가 올해 2학기 중 심리검사와 전문 치료 등 현장 교원의 심리·정서 회복을 위한 지원 방안을 유관부처와 협력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늦은 만큼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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