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세훈의 나홀로 기후동행카드, 너무 정무적이다

입력 2023-09-12 19:3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9-13 19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기후동행카드'에 경기도와 인천시가 발끈하고 나섰다. 같이 해야 할 일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천원으로 서울시내 지하철과 버스는 물론 공공자전거까지 이용할 수 있는 통합환승정기권이다. 소정의 정액으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중교통 지원 정책이다. 서울시 정책인 만큼 서울시민의 편의와 이익만 반영됐다.

수도권은 단일 교통권역이다. 이 권역 안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도권 인구가 2천600만명이다. 이런 사정을 무시하고 950만 서울시민만 하나의 카드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혜택을 누릴 경우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은 제도적 차별의 대상이 된다. 경기, 인천에서 출퇴근하며 서울 경제를 지탱해주는 수도권 시민들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일이다. 경기도와 인천시가 한 목소리로 서울시의 일방적 결정에 불만을 제기한 것도, 도민과 시민의 분노가 자치단체로 향할 것이 뻔해서다.

수도권 서민 대중에게 대중교통 요금은 초미의 관심사다. 교통비용은 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중교통 지원 정책에 골몰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교통비를 환급해주는 할인카드를 도입하는 지자체도 많고, 인천 시민단체들은 기후동행카드와 같은 개념인 '3만원 프리패스' 정액권 도입을 주장한다. 서울시의 나홀로 대중요금 지원 정책이 경기도·인천시와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배경이다.



결정적으로 정부는 내년 7월부터 'K-패스'라는 교통비 할인제도 도입을 예고해놓은 상태다. 대중교통을 월 21회 이상 이용하면 이용요금을 20~53.3% 환급해주는 제도다. 이미 대중교통 할인제도를 운용중인 지자체들도 K-패스와의 융합을 모색하고 나섰다. 경기도와 인천시도 K-패스와 연동할 교통비 지원 정책을 구상 중이었다. 그런데 난데 없이 서울시가 6만5천원 짜리 무제한 교통카드 정책을 발표하니 황당했을 것이다. 진보당에선 벌써부터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 통합시행을 주장하고 나섰다.

수도권 시민은 서울시민이라고 공언해 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기습적으로 발표한 이유가 궁금하다. 서울시가 하면 경기도와 인천시도 따라 할 수밖에 없다. 고도의 정무적 판단으로 보인다. 제도의 주도권을 확보했으면 됐다. 기후동행카드는 수도권 전체가 대상이어야 한다. 당장 경기도, 인천과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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