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
인천 연안공판장에서 만난 한 수산업 종사자의 이야기다. 이미 오염수 방류는 시작됐는데, 방사능 검사를 이전보다 철저히 해도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냐고 하소연했다.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 소비가 늘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올봄 들어 서해 5도 해역에서 잡히는 꽃게의 생육상태가 좋지 않아 어민들의 시름이 안 그래도 깊어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봄철에 잡히는 암꽃게가 다리까지 알을 잔뜩 품을 만큼 상품성이 좋았는데,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기후 변화로 꽃게들의 먹이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게 어민들의 추정인데 40년 넘게 꽃게잡이를 해온 이들도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 조업을 앞두고 오염수 방류까지 발생하니 그야말로 이중고에 놓인 처지다. 기후위기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다. 인류 역사에서 농·어업 분야가 가장 오래된 경제 활동임에도 여전히 중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먹고 살아야 옷감을 짜고 차를 만들고 집을 세울 수 있는데, 오염수 방류를 너무 쉽게 용인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해경들이 매일 같이 중국 어선의 꽃게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일도 안보 활동의 일환인데 오염수 방류는 이보다 훨씬 숙고해서 다뤄야 할 사안임에도 가볍게 넘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민들은 하나같이 "방사능이 나온다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어찌해야 할지 막막한 심경이 느껴졌다. 이미 방류는 시작됐다. 방사능 검출 여부를 철저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정부와 여야가 어떻게 대처할지도 미리 고민하길 바란다. 철 지난 이념 타령은 이쯤에서 멈추고 말이다.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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