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방사능이 나온다면…."

입력 2023-09-13 19:31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9-14 19면
한달수.jpg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오염수 때문에 어민이랑 수산업자들만 죽어나는 거죠. 수산물도 중요한 자원이고 식량인데 정치권은 이념 타령만 하니 속 터져요. 정말."

인천 연안공판장에서 만난 한 수산업 종사자의 이야기다. 이미 오염수 방류는 시작됐는데, 방사능 검사를 이전보다 철저히 해도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냐고 하소연했다.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 소비가 늘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올봄 들어 서해 5도 해역에서 잡히는 꽃게의 생육상태가 좋지 않아 어민들의 시름이 안 그래도 깊어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봄철에 잡히는 암꽃게가 다리까지 알을 잔뜩 품을 만큼 상품성이 좋았는데,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기후 변화로 꽃게들의 먹이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게 어민들의 추정인데 40년 넘게 꽃게잡이를 해온 이들도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 조업을 앞두고 오염수 방류까지 발생하니 그야말로 이중고에 놓인 처지다. 기후위기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다. 인류 역사에서 농·어업 분야가 가장 오래된 경제 활동임에도 여전히 중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먹고 살아야 옷감을 짜고 차를 만들고 집을 세울 수 있는데, 오염수 방류를 너무 쉽게 용인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해경들이 매일 같이 중국 어선의 꽃게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일도 안보 활동의 일환인데 오염수 방류는 이보다 훨씬 숙고해서 다뤄야 할 사안임에도 가볍게 넘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민들은 하나같이 "방사능이 나온다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어찌해야 할지 막막한 심경이 느껴졌다. 이미 방류는 시작됐다. 방사능 검출 여부를 철저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정부와 여야가 어떻게 대처할지도 미리 고민하길 바란다. 철 지난 이념 타령은 이쯤에서 멈추고 말이다.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dal@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한달수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