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청년을 지원함은 물론 아예 청년기본법을 통해 청년의 권리 및 책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에 대한 책무를 명시해 놨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청년정책 결정 과정의 자문·심의 등의 절차에 청년을 참여시키거나 그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청년정책을 주로 다루는 위원회를 구성할 때 위촉직 위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청년으로 위촉하도록 했다.
▲청년의 고용촉진 ▲일자리의 질 향상 ▲창업 및 능력개발 지원 ▲복지증진 ▲금융생활 및 문화활동 지원 등 법과 제도만으론 모자랄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넘쳐나는 청년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종'을 막진 못하고 있다. 경쟁에 내몰려 스스로 고립과 은둔을 택한 이들에게 제도와 정책은 관심 밖의 일이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청년실종'의 해법을 전문가 제언을 통해 풀어본다.
■ 좋은 일자리 진입 장벽 낮추고, 의지 있는 청년에 대한 선별적 지원 필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좋은 일자리는 진입 장벽이 높다. 진입 장벽 안밖의 경제장벽도 크다"며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현재 국내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 사전에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규제에 대한 해소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하 교수는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져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면서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주어 지는 건데, 한국에서는 안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비대면 원격 진료 등 IT와 연계된 산업은 외국에는 있는데 한국에선 불법이거나 이익단체들의 반대로 도입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며 "새로운게 만들어져야 젊은 사람이 많이 들어온다. 산업구조의 역동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외국에선 합법 한국에선 불법·반대 막혀
새로운 산업 만들어야 좋은 일자리 생겨
선별적 도움 '효율' 기본적 복지혜택 필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중소기업은 젊은 사람 못구해서 난리다. 공정거래, 단가 후려치기 등의 문제를 개선하고 노동시장에서의 정규직 비정규직 격차를 줄이는 노력들이 있어야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중소기업 일자리가 대기업에 비해 나쁘지 않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생태계 내에서 장기재직하는 경우에 대한 정부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내일채움공제의 예를 들며 이를 보완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별적 지원을 강조했다. 일을 할 만한 의지가 있는 청년부터 선별해서 지원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 구 교수는 "정부 재정은 한정적이다. 먼저 의지가 있는 청년들에게 지원을 강화하고 이를 선순환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에게 억지로 일자리를 강요하기 보다는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기본적인 복지 혜택을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적 희망을 잃고 있는 청년들이 묻지마 범죄 형태로 사회에 보복하는 일을 막도록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전염병처럼 퍼진 '청년 실종' 무엇보다 상담이 중요. 국가적 시스템 마련도 필요
서진숙 이서심리상담센터 센터장은 "저출산이나 청년 문제 모두 비슷하다. 오히려 청년들이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여진다"며 "제 입장에서 봤을 땐 전염병 같다. 우울, 무기력, 희망이 없다는 무망감이 전염병처럼 퍼져있는 느낌이다. 다만 감기처럼 기침을 하는 것도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다. 전염병으로 얘기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원인을 개인의 문제로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성세대는) 네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네가 의지가 약해서, 네가 열심히 안해서, 네가 게을러서, 네가 스펙을 안 쌓아서 등등 개인의 섹터로 여긴다. 사실 이것은 개인의 섹터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인 것이고 그 세대가 느끼는 압박감은 한 두 사람이 느끼는 게 아니라 세대 전체"라고 짚었다.
전염병 같은 '무망감' 기성세대 시선 삐딱
정신건강 초점 더 전문화된 서비스 마련
그러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심리치료, 정신건강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센터, 위클래스, 진로상담 등 현재 10대에만 집중돼 있다. 청년층을 위한 그런 정신건강 서비스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 한 이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은둔형 외톨이 같은 경우는 숨는다. 나오지를 않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제 복지 지원이라든지 상담 지원이 찾아가는 서비스가 될 수밖에는 없다"며 "지금은 찾아가는 서비스 말고는 답이 없긴 하다. 더 전문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도 이를 심화시킨 원인중 하나로 지목됐다. 코로나 기간 취업이 많이 어려워졌고 시도는 해봤지만 잘되지 않으니까 이제 자포자기 했다는 것. 본인은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시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제 결과적으로는 이제 은둔형 외톨이가 된 것이기 때문에 이제 사회적인 책임이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진단이다.
이에 정부가 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담이 이들을 사회로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비판적 사고를 전제로 일본 사례 참고 필요
김성아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본 사례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방문 사업도 있고, 밖으로 나와서 집 아닌 곳에서 보내거나 활동 같이하는 프로그램이 많다"며 "다만 하나의 케이스 일뿐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방문상담을 유도하기엔 당사자 입장에서 폭력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건 거센바람이 아니라 따듯한 햇볕'이다. 스스로 원한다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본인이 원했을 때 가능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본인이 원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문 거부반응 우려… 본인 원할때 도움
지원 사업 전국 표준화·발굴 중요성 강조
일본 사례를 모방만 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김 위원은 "일본은 히키코모리가 늘고 있다. 기간도 연장되고 있어서 일본 사례를 비판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며 "우리에게 적절한 사업이 필요하다. 지역 기반으로 하되, 이를테면 경기도 강원도 지원 사업 내용이 너무 다르면 안된다. 전국 단위의 표준화된 지원사업이 필요하고, 특화된 사업이 부가적으로 정해지면 아이디얼한 모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발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청년이 원할 때 나와야 하는데 마냥 기다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인식 개선의 방법일 수도 있고 발굴의 방법일 수도 있다"며 "발굴이란 예를 들어, 옆집의 아들이, 그런 청년이 있다더라 했을 때 이웃이 '이런 지원사업이 있는데 생각해 보세요'라고 제안 가능하다. 이웃 주민이나 아니면 지원사업 내용을 안내해 줄 수 있는 중간 전문가 등이, 발굴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고건 기자, 이영지·이영선 수습기자 gogosing@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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