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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찾은 의왕시 고천동 안양천 상수도 공사 현장. 이날 오전 노동자 2명이 깊이 2.5m가량의 구덩이에 들어가 송수도관 확장공사 중 흙더미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2023.9.11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의왕시에서 상수도 송수관 교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흙더미에 깔려 숨진 현장에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9월12일자 7면 보도=[단독] 토사 무너져 2명 숨진 의왕 상수도 공사 '안전조치' 부실했나)된 가운데 앞서 해당 공사 설계도에는 흙막이 등 안전장치 설치가 반영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구간 아니란 이유로 공사 안해
수시로 변하는 상황 외면한 불감증
공기단축·비용절감 목적 '인재' 지적

다만 시공사는 사고 구간은 흙막이 설치 해당 구간이 아니라 별도 공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인데, 이를 두고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의 안전 상황을 외면한 안전불감증이 낳은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의왕시와 조달청 나라장터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의왕시가 발주한 '안양천 송수관 확관이설공사' 입찰 공고가 나라장터에 올라왔다. 고천동 일대 상수도를 정비하는 사업으로 낙찰을 따낸 A업체가 시공을 맡아 지난 7월부터 공사를 진행해온 사업이다. 해당 공고에는 설계도를 반영한 공사 내역서도 포함됐는데, 터파기·되메우기 같은 굴착 공사의 기본 항목을 포함해 토사 유실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조립식 간이 흙막이' 등 안전장치도 내역에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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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찾은 의왕시 고천동 안양천 상수도 공사 현장. 이날 오전 노동자 2명이 깊이 2.5m가량의 구덩이에 들어가 송수도관 확장공사 중 흙더미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2023.9.11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그러나 정작 지난 11일 70대 B씨와 30대 C씨 등 노동자 2명이 숨진 해당 공사 구간에는 안전장치가 따로 설치되지 않았다. 이들은 2.5m가량 아래 구덩이에서 송수관 용접 작업을 하다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시공사 측은 이에 대해 설계도면에 따라 작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도면보다 사고 지점을 깊이 팠는데 그런 현장 상황에 맞춰 대응을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면서도 "착공 이후 사고 지점까지 흙막이 설치가 설계(도)에 담긴 구간이 없어 (설계 대로) 작업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깊이 파야하는 구간과 땅 밑의 지장물 여부 등을 고려해 흙막이 설치가 일부 구간에 이뤄진다"며 "사고 지점과 인접한 부근부터 흙막이 설치 구간인데, 실제 (사고) 지점도 흙막이가 필요한 지점이었는지 설계도와 현장의 차이를 종합해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붕괴 위험이 큰 굴착 공사의 현장 특성을 방기한 채 공기 단축과 비용절감에 몰입한 전형적인 인재라고 입을 모은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땅을 파면 지반 평형이 깨지므로 흙이 무너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현장에서 안정성 검토를 시시각각 해야 한다"며 "토사뿐 아니라 경계석 돌도 무너진 큰 사고로 보이는데, 흙막이 같은 안전장치를 두지 않은 것은 안전불감증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함경식 노동안전연구원 원장(건설안전기술사)도 "흙의 상태에 따라 토사 붕괴 가능성이 크게 달라진다. 현장에서 위험성을 감지했더라도 설계도에 따라 안전장치를 안 한 건 핑계"라며 "그런 (안전장치 설치) 판단을 하게 되면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간다는 생각이 공사 현장을 지배하고 있는 게 잇따르는 건설 사고의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