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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어보' 전시가 열리고 있는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1(B동) 1층 전시장 전경.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1'(B동) 1·2층에서 열리고 있는 2023년 기회전 '황해어보(黃海魚譜)'의 주제는 '바다'다. 바다를 낭만적이거나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실학적'으로 바라본다. 황해어보라는 전시 제목은 조선 후기 문신 정약전이 해양 생물에 관해 기록한 저서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오마주'한 타이틀이다.

이번 전시는 이 바다를 주제로 20명의 작가가 이야기한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참여작가는 강동완·강홍구·공성훈·김재유·김정아·김창환·박미례·성효숙·안경수·양쿠라·엄지은·이욱재·이재욱·이태호·인천녹색연합·임민욱·전소정·조광현·차기율·하승현 등이다. 조각가이면서 전시 기획자인 이태호 전 경희대 미대 교수가 전시 예술감독을 맡아 전시를 총괄했다.

조선후기 문신 정약전 '자산어보' 오마주
바다 주제 강동완 등 20명 100여점 공개


바다에 대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다와 관련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 전시 콘셉트를 알려주겠다고 마치 선언이라도 하는 듯,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처음 관객을 반기는 작품도 사진보다 더 정확하다는 조광현의 '세밀화'다. 조광현은 15년 동안 한반도 전역 거의 모든 어류를 모아 세밀화로 재현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다. 작가이면서 스쿠버다이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그린 1천600점 세밀화 가운데, 서해에 서식한 어종을 선별해 50여 점을 보여준다.

이재욱의 '굽은 물'과 하승현의 '더 페일 레드 닷' 연작은 조금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인권 유린의 현장으로서 바다를 보여준다. 이재욱은 선감학원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수 많은 소년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갯골의 사진을, 하승현은 '염전 노예' 사건으로 알려진 신안 염전의 모습을 각각 비춘다. 역사 속 사건이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두 사건을 시각화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언뜻 보면 추상회화 같은 하승현의 작업을 자세히 보면 염전을 드론으로 촬영한 수직 부감 사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양쿠라의 '오션 플라바 몬스터'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거대한 괴물이다. 관객 참여형 작품이기도 한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해양쓰레기로 만든 몬스터의 눈이 불을 밝힌다.

김정아의 '신십장생도' 또한 바다를 위협하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유쾌하게 꼬집는다. 그의 신십장생도에는 해·물·구름·돌·소나무·거북 등의 자리가 하얗게 비워져 있다. 대신 병풍 화면 여기저기에 병뚜껑 등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가 붙어있다.

사진보다 더 정밀한 한반도 어류 세밀화
선감학원·염전노예 등 역사 사건도 조명
북에서 떠밀려온 생활쓰레기 전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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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 동아대교수가 서해5도에서 수집한 북한 생활쓰레기.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대목은 예술가가 아닌 연구자와 시민단체와 활동가 등도 참여했다는 것이다. 전시장 2층 한 편은 북에서 떠밀려온 쓰레기로 가득하다. 강동완 동아대교수가 2020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 1년 동안 서해5도(백령·대청·소청·대연평·소연평)에서 북한 생활 쓰레기를 수집했다.

종류도 모양도 제각각인 쓰레기를 보며 북한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마시고 무슨 물건을 사용하는지 들여다보고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는 순간이 낯설고 또 반갑다. 성효숙은 목포환경운동연합, 대불초 학생과 함께한 '바다생명 만다라'를 보여주고, 인천녹색연합은 지난 30년간 바다를 지키기 위해 활동한 영상과 기록을 전시했다.

이태호 예술감독은 "도시 인천은 바다 때문에 생긴 도시다. 바다 때문에 항구가 생겼고, 항구가 생기며 도시가 생겼다. 그런 바다와 우리 삶과의 밀접한 역할 기능을 다루고 싶었다. 단지 풍경의 소재가 아니라, 갈등과 위기, 생명의 서식지, 삶의 현장 등 다양한 면모를 구체적으로 살폈다"고 했다. 전시는 11월19일까지 이어진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