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뭘 잘못했길래 사과를 하나요?
지난달 황망하게 아버지를 떠나보낸 최모씨는 한 달 넘게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신의 모교이자 평생 직장으로 30년 가까이 용인대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계속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씨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건 아버지의 죽음 이후 학교 측이 보인 태도였다.
최씨는 "가족보다 학교 일을 먼저 챙기면서 청춘을 바쳤던 분이었는데, 돌아가시기 전 학교에 출근하는 게 두렵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하셨다"며 "당시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는데 학교 측의 대응 방식을 보니 이제는 비로소 그 말을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버지의 죽음이 가슴에 채 와 닿지도 않은 상황에서 장례식장에 찾아와 합의서를 들이밀며 합의를 강요한 것을 비롯해 유족에 대한 배려도, 고인에 대한 진정성도 찾아볼 수 없는 학교 측의 태도를 보며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공허했을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용인대 지부장의 사망과 관련해 학교 측이 유족과 합의를 시도하다 곧바로 철회하는 행태(8월28일자 8면 보도=장례중 합의부터 '서두른' 이마저도 하루만에 '뒤집은' 용인대)를 보인 것도 모자라 이후 유족에게 고인의 퇴직 처리에 관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대화를 차단, 빈축을 사고 있다.
대학노조 용인대 지부장 사망사건
유족, 총장과 거듭 면담 요청했지만
'사과부터 하라' 입장 고수하며 거부
"죽음 앞에 이렇게까지… 이해 못해"
한 총장 "학교 명예 훼손, 사과 우선 의미"
유족, 총장과 거듭 면담 요청했지만
'사과부터 하라' 입장 고수하며 거부
"죽음 앞에 이렇게까지… 이해 못해"
한 총장 "학교 명예 훼손, 사과 우선 의미"
더욱이 한진수 총장은 유족의 거듭된 요청에도 공식적으로 사과부터 하고 오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
대학노조 경인강원지역본부는 고(故) 최명욱 지부장의 사망 직후 대책위원회를 꾸려 고인의 사망에 관한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고인의 아들 최씨가 유족 대표 자격으로 대책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학노조 경인강원지역본부는 고(故) 최명욱 지부장의 사망 직후 대책위원회를 꾸려 고인의 사망에 관한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고인의 아들 최씨가 유족 대표 자격으로 대책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들 된 도리로 아버지가 어떤 이유에서 죽음을 선택하게 됐는지 알고 싶은 게 잘못된 일이냐
-故 최명욱 지부장 아들
-故 최명욱 지부장 아들
최씨는 장례 이후 수차례 총장과의 면담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지난 13일 학교에 직접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음에도 총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당시 학교 관계자로부터 "사과가 없이는 유족과의 대화도 없을 것"이라는 총장의 말을 대신 전해 들었다고 최씨는 밝혔다.
최씨는 "아들 된 도리로 아버지가 어떤 이유에서 죽음을 선택하게 됐는지 알고 싶은 게 잘못된 일이냐"며 "도대체 뭘 사과하라는 것인지, 한 사람의 죽음 앞에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한 총장은 "애초 합의를 요구한 것도 이를 거부한 것도 유족"이라며 "대학노조 개입으로 사실관계를 호도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에 대한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20일 용인대 본관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학교 측을 향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