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에서의 도시 재개발은 노후화된 주택을 철거하고 정비하는 것에서 시가지 전체에 대한 활성화와 복구로 중심이 옮겨졌다. 또 건물을 모두 부순 뒤 다시 건축하는 방법보다 복구와 보존, 환경정비 등 다양한 방법들로 이뤄지고 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산업화를 이룩한 동시에 급속한 도시화를 가장 먼저 경험한 곳이다. 이 과정에서 영국은 도시문제를 가장 먼저 경험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정책들을 마련해 왔다. 역사 속에서 경험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고스란히 축적해 온 것이다. 이것이 많은 나라가 영국의 도시재생을 들여다보는 이유이다.
빈곤·환경오염·지역 불균형 등 도시문제 가장 먼저 경험
큰 정부 지양… '커뮤니티 권한강화 자치사회' 정책 핵심
'어떤 지역을 만들 것인가보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고민
'터를 잡고 사는 이들을 위한 패러다임 변화' 좋은 본보기

1960년대 말 3기에 걸친 신도시 조성사업을 종료한 영국은 침체된 도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에 집중했다. 침체된 도시는 역세권·다운타운·산업유휴지·공공임대주택이 집중된 주거지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는데, 에드워드양 박사의 저서 '영국 도시재생 정책의 실체'에서는 이러한 영국 도시재생 사례에서 두 가지 측면의 공간적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지속적 성장을 이룬 영국의 수도권에서 빈곤과 도시문제가 어느 지역보다 심각했다는 것, 그리고 수도권을 제외한 영국의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들은 갈수록 경제적으로 수도권과 큰 격차를 보이며 심각한 도심 쇠퇴를 겪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반영구적으로 구성된 도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틀에서 움직이는 사회 시스템 등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겪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근대적 개념의 영국 도시재생 정책의 시작은 공공보건 문제에서 시작됐다. 19세기 영국 산업 도시들은 과밀로 심각한 주택과 도시문제에 직면했고, 심각한 도시환경 오염문제가 수반됐다.
이후 1979년 집권한 대처의 보수당 정부가 도시쇠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당시 이뤄진 민간 위주의 개발방식은 그들의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는 반면 공적 이익을 최소화한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또 민관 파트너십의 자산주도형 도시재개발방식은 지방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지역과는 연계성이 부족했다. 이는 결국 지역 간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가운데 1980년 최초로 지방정부가 아닌 별도의 전담기구로 설립된 도시개발공사(UDC)가 도시문제 해결을 주도했다.
이후 1994년 이를 계승한 잉글리시파트너십(EP), 2008년 이후 주택커뮤니티기구(HCA) 등의 새로운 기관들이 도시재생을 주도했다. EP는 국가적 차원에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데 역할을 한 기관이며, HCA는 EP의 역할에 주택조합의 기능을 추가로 더하면서 도시재생에 관한 업무 효율을 높이고자 했다.

영국 정부에서 펴낸 두 권의 백서는 영국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영국 최초의 도시백서인 도심재생정책(1977·Policy for the Inner Cities)에서는 경제침체와 물리적 쇠퇴, 사회적 불이익, 도심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문제로 보고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경제향상과 물리적 환경, 사회적 여건의 향상, 인구와 직업의 균형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후 도시재생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방향을 제시하는 두 번째 도시백서 도시 르네상스(2000·Urban Renaissance)에서는 빈부격차, 중앙집권적·관료주의적, 지역과 국가 간 협력과 같은 기존의 도시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반영됐다.
이즈음 영국 정부는 장소에 기반을 둔 도시재생 정책의 실행, 사회·경제적으로 침체된 커뮤니티에 대한 도시 재생, 중앙·광역·지방정부와 커뮤니티 등 여러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을 지향하는 근린재생전략을 내세웠다.

2010년 이후부터 영국 정부는 큰 정부를 지양하고, 커뮤니티의 역량과 권한이 강화된 자치적인 사회를 지향했다. 이는 'local agenda, local solution' 즉, 지역의 문제는 지역이 해결하는 '큰사회(Big Society)'라는 도시정책의 국정기조로 이어지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와 커뮤니티 중심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이뤄지는 기초가 됐다.
지자체와 지역 기반 주체들의 자율성과 재량권을 확대해 나가며 역할을 강화시켜 나간 것은 영국의 도시재생 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영국의 도시재생 정책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차이를 보인 부분은 다름 아닌 '관점'에 있다.
에드워드양 박사는 "재생사업은 이익을 남길 수 없다. 이익을 남기려 하다 보니 마치 개발사업처럼 변하게 되는 것"이라며 "도시가 공공재임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이 개인 사유화 되어 있다 보면 이익창출이 극심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재생사업의 본질은 공공재를 재구성해서 지역의 경제·사회·문화·커뮤니티를 재활성화시키는 것"이며 "영국의 경우 공공기관의 사업도 새로운 개발을 하며 이익을 남기고, 그 이익으로 주변의 다른 지역 사업에 자원을 배분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개발의 목적이 주민을 위한 소셜서비스 확대와 공공재에 대한 접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원재 문화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이 쓴 '런던 도시재생탐험기'에서도 "영국(런던)의 도시재생은 '어떤 지역을 만들 것인가'보다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가'라는 질문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도시재생뿐 아니라 도시정비의 모든 과정에 적용되는 본질적인 화두라고 전했다. 영국과 도시재생 정책 구조와 지원체계가 도시정비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커뮤니티로, 커뮤니티에서 이웃과의 관계로 정책 목표와 지원 체계를 지속적으로 전환시켜 온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영국의 수많은 도시재생 사례에서 무엇을 보고 얻어야 할까. 화려해 보이는 겉면보다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도시, 결국 그 끝에는 '사람'을 중심에 둔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