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반려마루' 아픔 겪은 강아지들 이곳에서 행복 그린다

입력 2023-09-20 21:51 수정 2023-09-2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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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김동연 지사 이름 붙여준 동주, 공주라 이름 지어진 말티즈들이 반려마루 문화센터 3층 동물병원에서 관리를 받고 있다. 2023.9.18 /김대훈기자 kdh2310@kyeongin.com

"강아지들 보면 오히려 제가 치유 받는 것 같아요"

1일 화성의 한 동물 번식장에서 불법으로 번식되던 강아지들이 세상 밖으로 구출됐다. 경기도와 20여개의 동물단체
가 강아지를 구출할 당시 번식장의 위생 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사료를 담는 그릇은 텅텅 비어있었고 물그릇은 사용한 지 오래된 듯 마르고 엎어진 상태였다. 혼자 있기도 버거운 3단 케이지마다 2마리씩 엉켜있었고, 오랜 시간 씻지 못한 듯 더럽혀진 상태였다. 외관으로 봤을 때도 강아지들 대부분이 오랫동안 안 방치돼 불안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번식장에서 학대받던 강아지 1천400여마리를 구출했고, 일부를 반려마루·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으로 옮겼다.

구조에 참여한 남영희 반려동물 진료팀장은 당시 강아지들이 처한 상황을 기억했다. 남 팀장은 "번식장 강아지들은 일반 강아지들에 비해 몸이 작다. 유전병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방치되다 보니 유전병이 있기도 한다. 환경 자체가 건강상에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케이지 안에서만 오랫동안 생활하다보니 다리가 불편한 강아지들이 상당수였다. 이 곳서 만난 말티즈는 영양부족으로 저혈당에 걸려 자주 쓰러진다고 했다.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남 팀장은 "어미가 된 강아지들은 병원으로 옮겨진 새끼들과 생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구출 당시 임신 중인 강아지들은 제대로 된 영양 보충도 하지 못한 채 무거운 몸을 이끌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렇게 학대받으면서 펫샵에 공급되기만 기다리는 게 강아지들의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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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강아지 번식장 구출 당시 현장 사진. /화성 허가 번식장 구조 단체 연합 제공

관리가 되지 못한 화성 번식장
강아지들 위생·건강 상태 최악
저혈당·불편한 다리 등 고충 겪어

구출된 지 2주가 지난 18일, 강아지 583마리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여주에 위치한 반려마루를 찾았다. 우선, 유기견들의 수가 가장 많은 보호동을 방문했다. 입구를 들어선 순간부터 강아지들의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을 경계하기 보다는 오히려 좋아하는 듯 보였다. 구출 전 두려움을 떨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좁은 곳이 아닌 넓은 풀밭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강아지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강아지들이 있는 반려마루는 동물병원과 강아지들의 미용, 교육을 담당하는 문화센터부터 유기견, 유기묘들을 관리하고 있는 보호동 건물 3채와 입양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입양동 건물이 있었다. 아직 공사 중인 추모관과 주차장까지 고려하면 한눈에 보기에도 큰 규모였다.



김후종 반려동물 시설팀장은 "공사 중인 곳에 편의 공간을 더 지을 예정이다. 전국에서도 반려동물 보호 시스템과 시설이 가장 잘 구축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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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반려마루 보호동 건물 안에서 관리되고 있는 강아지들. 2023.9.18 /김대훈기자 kdh2310@kyeongin.com

강아지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관리에 어려움을 느낀 경기도는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했다. 지난 8일 기준 594명이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날도 반려마루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은 바닥과 케이지를 꼼꼼히 청소하면서 강아지들의 보금자리를 깨끗하게 꾸몄다. 강아지를 바라보며 연신 미소를 띄운 채 청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원봉사자 박희정씨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신청해 오게 됐다. 봉사하기 좋은 환경"이라며 "아이들과 같이 와서 봉사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또 다른 자원봉사자는 "강아지들로 인해 오히려 내 마음이 치유된다"고 웃었다.

다음은 동물병원이 위치한 문화센터를 찾았다. 병원 안 펜스 안에서 말티즈들을 볼 수 있었다. 저혈당과 유전병에 힘들어하던 2주 전과 달리 힘차게 일어나 낯선 사람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지난 주말 반려마루를 찾아 봉사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동주'라는 이름을 지어준 강아지도 보였다. '왕자'라는 새끼를 낳은 '공주'도 모두 건강해보였다.

이 곳에서 10명의 수의사들이 임신 중인 강아지들과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강아지들을 검사를 통해 건강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실명이 되거나 다리를 저는 등 장애가 생겼거나 나이가 든 강아지들은 따로 분리해 수의사들의 지속적인 관리를 받고 있었다. 남 팀장은 "반려마루에 온 강아지들은 2차 예방접종을 통해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번식에 활용되지 않기 위해 중성화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센터·보호동·입양동 등으로
구성된 여주에 위치한 '반려마루'
자원봉사자 지원 신청 '인기 폭발' 

예방접종·청소 덕 활기 되찾아
10명의 수의사들 꼼꼼히 살펴
입양·임시보호 권유 목소리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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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반려마루 보호동 건물 밖 잔디에서 자원봉사들과 강아지들이 놀고 있다. 2023.9.18 /김대훈기자 kdh2310@kyeongin.com

이 날 반려마루에서 만난 모든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바로 유기견들의 입양과 임시보호 장려다. 비록 유기견들이 번식장에서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오랜 기간 방치될 수 밖에 없어 당장의 건강이나 위생 상태는 나쁠 수 밖에 없지만, 일반 가정에서 따뜻하게 보호받는다면 훨씬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입양을 경험한 자원봉사자들도 "처음엔 유기견에 대해 위생이나 건강 등 막연한 편견을 가졌으나 막상 사랑과 정성으로 대하게 되니 강아지들이 훨씬 밝아지고 건강해졌다"고 하나같이 강조했다. 임시보호에 대해서도 남 팀장은 "노령견들이 반려마루에 많다. 비록 짧은 기간일지라도 가족이 되고 싶은 분들이 있으면 임시보호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양 및 임시보호와 관련된 정보는 경기도동물보호복지플랫폼(https://animal.gg.go.kr/index) 홈페이지 내 동물입양 탭에서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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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반려마루 문화센터 동물병원에서 관리 받고 있는 어린 강아지들. 2023.9.18 /김대훈기자 kdh231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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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반려마루 문화센터 전경. 2023.9.18 /김대훈기자 kdh2310@kyeongin.com

/김대훈기자 kdh2310@kye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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