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외자들(1964)' 스틸 사진. 프랑스 누벨바그 대표 감독 장 뤽 고다르의 '국외자들'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2005)' 같은 영화에 몇몇 장면이 오마주로 등장하는 등 시네필이 사랑하는 주요 고전 작품이다. /네이버 영화 |
'시네필(cinephile)'. 영화(cinema)를 사랑(phil)하는 사람을 일컫는 프랑스어로, 그저 단순히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광적으로 매료된 마니아를 뜻한다. 이들은 모든 상황을 '영화적 경험'과 연결 짓는다. 이를테면 엄숙한 분위기를 내뿜는 미술관에 간 경우, 장 뤽 고다르 '국외자들(1964)'에 등장하는 루브르 박물관 장면을 떠올리는 식이다. 이들은 루브르 박물관을 '9분 43초'에 주파하던 영화 속 세 명의 젊은이를 머릿속으로 재생하며 남몰래 조용히 웃는다.
영화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시네필의 끝은 '창작'으로 수렴한다. 이들이 만든 작품에는 각종 오마주가 넘쳐 흐른다. 영화에 진심인 시네필이 만들거나, 시네필이 등장하는 작품 두 편이 마침 같은 날 개봉한 점은 관객으로서도 즐거운 일이다. 영화를 향한 애정이 묻어나는 레퍼런스들이 장면 곳곳에 숨어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거미집)'과 '보는 사람(킴스 비디오)', 두 집단의 가장 극단에 서 있는 인물들은 어떤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줄까.
영화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시네필의 끝은 '창작'으로 수렴한다. 이들이 만든 작품에는 각종 오마주가 넘쳐 흐른다. 영화에 진심인 시네필이 만들거나, 시네필이 등장하는 작품 두 편이 마침 같은 날 개봉한 점은 관객으로서도 즐거운 일이다. 영화를 향한 애정이 묻어나는 레퍼런스들이 장면 곳곳에 숨어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거미집)'과 '보는 사람(킴스 비디오)', 두 집단의 가장 극단에 서 있는 인물들은 어떤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줄까.
'거미집'… 송강호 걸작 향한 감독 분투기
'킴스 비디오'… 사라진 뉴욕가게 뒷이야기
'킴스 비디오'… 사라진 뉴욕가게 뒷이야기
영화 '거미집' 포스터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 거미집 / 김지운 / 드라마, 코미디 / 132분 / 2023.9.27
막대한 자본과 노동력을 투입해 모든 촬영을 끝마친 영화. 하지만 김열(송강호) 감독은 내심 마뜩잖다. 문득 그는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탄생할 수 있다는 광적인 믿음에 사로잡힌다. 현장을 떠난 배우와 스태프를 다시 불러 모으지만, 재촬영 과정은 순탄치 않다. 걸림돌을 마주할수록 그는 걸작에 대한 열망에 가까워지며 이상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영화 '거미집' 스틸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거미집'은 김지운 감독이 창작자로서 마주했던 고민과 예술적 욕망을 블랙 코미디로 그린 일종의 '메타 영화'다. 극 중 주인공이 촬영하는 동명의 영화 '거미집'에서는 김기영 '하녀(1960)' 등 고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반공 이데올로기 아래서 작품 검열이 만연하던 196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아 자연스레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했다. 영화 속에서 또 다른 영화가 펼쳐지는 액자식 구성과 흑백 영화 시절 말투를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김열 감독의 광기를 극한으로 몰아붙일 듯 보였으나 싱겁게 마무리된 점은 못내 아쉽다.
영화 '킴스 비디오' 포스터 /오드 제공 |
■ 킴스 비디오 / 데이비드 레드몬, 애슐리 사빈 / 다큐멘터리 / 88분 / 2023.9.27
5만 5천여 편의 세계 각국 미개봉 희귀 영화를 수집하고 대여해주는 1990년대 미국 뉴욕의 비디오 가게. 해적판까지도 유통하던 킴스 비디오는 시네필들에게 그야말로 성지였다. 쿠엔틴 타란티노, 코엔 형제 등이 단골일 정도였다. 그러던 중 2008년 킴스 비디오가 폐업하고, 이곳의 회원이던 레드몬 감독은 킴스 비디오의 사장 김용만씨와 자초지종을 집요할 정도로 쫓아다닌다.
영화 |
자칫 그때 그 시절 시네필을 추앙하는 영화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킴스 비디오'는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피어난 낭만을 마냥 그리워하는 '추억 팔이'와는 거리가 멀다. 중반부에 이르러 영화는 탐사취재 형태로 흘러간다. 킴스 비디오가 보유했던 영화들이 어째서 이탈리아의 소도시 살레미로 가게 됐는지, 살레미 지역 정치에는 어떤 암투가 숨어 있는지 등이 담겼다. 코엔 형제가 킴스 비디오에 저당 잡혔던 연체료 600달러에 대한 행방도 후반부에 깜짝 등장하며 소소한 웃음을 준다.
영화 '킴스 비디오' 스틸 사진. /오드 제공 |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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