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보증금 못 받아"… '제2 빌라왕' 조짐에 불안 확산
수원지역에서 한 임대인을 대상으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다는 전세사기 의심 신고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임대인이 경기남부권 일대 수백억원대 부동산 임대업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소유한 부동산 법인들이 최근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신용평가 경고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돼 '제2의 빌라왕' 사태로 확산할 우려가 나온다.
5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임대인 A씨 부부는 자신들이 소유한 수원지역 빌라와 오피스텔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사기)로 최근 피의자로 입건됐다. A씨 대상 경찰 신고는 지난달 5일 최초로 접수돼 이날까지 6건이 확인됐고, 피해 추정액은 8억여 원이다. A씨는 보증금 반환 만기가 도래한 피해자들의 연락을 무시하고 잠적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역 등에서 수백억대 부동산
임대업자 '전세사기 의심' 신고 속출
만기도래 피해자 연락 무시·잠적
채무불이행 가능성 높아 사태 심각
이런 가운데 A씨는 여러 부동산 관련 법인을 운영하며 수원지역 뿐만 아니라 화성시 등 경기남부권 일대에 임대업을 벌이면서 보유한 전세보증금만 수백억원대로 확인돼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전자공시시스템과 나이스신용평가를 통해 확인한 결과 A씨가 대표로 있는 부동산 임대업 법인은 4곳으로, 이들이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하고 있거나 추정되는 임대보증금 규모는 도합 333억여원에 달했다. 이들 법인 소재지는 각각 수원 한 곳과 화성 세 곳으로 경기남부권 일부 지역에서도 임대업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부 법인은 지난달 말까지 신용평가사로부터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 소재 비주거용 부동산 관리업으로 등록된 B 법인에 대한 나이스평가정보 보고서를 보면 해당 법인은 지난 8월 기관 신용도 평가 등급이 '정상'에서 '주의' 단계로 조정된 데 이어, 지난달 13일과 28일 연이어 '위험' 등급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러면서 '최근 상당한 연체 및 연체에 준하는 사건이 발생한 기업으로 단기간 내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매우 높아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상황이 이렇자 제2의 빌라왕 사태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원에서 3천억~4천억원 빌라왕 사고가 터질 예정'이라면서 수원에만 3천500건 가량의 전세사기 신고가 접수됐다는 내용이 퍼진 바 있다.
경기도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A씨 관련 신고만 114건으로 계속해서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사태 심각성을 인지한 경찰은 지난 4일 사건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관했으며, 수원지검 전세사기 전담 TF팀과 공조해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김산기자, 김지원·한규준 수습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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