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과 경기지역을 오가는 15년 차 컨테이너 화물차주 김모(49)씨는 오르는 유류비 때문에 시름이 깊다. 최근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월 500만원가량 나가던 기름값이 700만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5월 8년 된 차를 바꾸면서 할부금을 추가로 지출하고 있는데, 신차는 사양이 높아 요소수와 엔진오일을 소비하는 속도가 빨랐다. 그는 "요소수는 천원에서 1천500원으로, 엔진오일은 만원에서 1만6천원까지 올랐는데, 자주 채워줘야 하다 보니 차량 유지비가 너무 늘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사라진 안전운임제의 여파로 운임이 10%씩 줄면서 화물차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국토교통부 산하 운임위원회에서 변동하는 유가, 요소수 등의 가격을 반영해 최저운임을 정하는 제도로, 운임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일종의 최저임금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안전운임제가 사라지면서 일선에서 운임을 실제 낮추고 있다.
안전운임제 시행 당시 김씨가 부산항에서 김포시까지 화물을 옮기면 건당 60만원대를 받았지만, 현재는 50만원대로 줄었다. 심지어 화물을 배차해주는 '배차사무실'이 관리비를 4%가량 올리면서 실질적인 운임은 60만원 기준 52만원까지 떨어졌다. 의왕시에서 단거리로 운행하는 컨테이너 화물차주 최모(31)씨 역시 건당 운임이 3~4만원씩 줄었다.
경유가격 올라 유지비 부담에 한숨
특정원가 뛰면 노동자 생계 악영향
대안 '표준운임제'는 국회 계류 중
게다가 최근에는 기름값까지 급등하면서 화물차주들의 부담은 더 가중되고 있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을 보면 지난 4일 전국 평균 경유 판매가격은 ℓ당 1천700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천 원을 넘겼던 경유 가격은 올 6월 1천3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이에 매출의 약 40%를 유류비로 지출하는 화물차주들의 부담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유류비, 요소수 등의 부대비용이 그때그때 운임에 반영되는 안전운임제가 대안"이라며 "안전운임제가 없으면, 특정 원가가 튈 때 화물노동자 생계비에서 돈이 빠져나가 생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대안으로 지난 2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표준운임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관련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결국 안전운임제와 표준운임제의 입법 공백 사이에서 화물차주들이 늘어나는 비용에 대한 부담을 온전히 지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준석기자, 목은수 수습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