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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역 빌라·오피스텔을 다수 보유한 임대업자 부부의 부동산 관련 법인이 총 15곳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수사를 담당하는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인일보DB
 

수원지역에서 빌라와 오피스텔을 다수 보유한 임대업자 부부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다는 신고가 속출하는 가운데(10월6일자 21면 보도="보증금 못 받아"… '제2 빌라왕' 조짐에 불안 확산) 임대인 부부 명의로 운영 중인 부동산 관련 법인이 수원과 화성, 용인 등지에 10곳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중 일부 법인이 보유한 임대보증금만 수백억원대 규모로 나타나 자칫 천문학적 보증금 미반환 피해로 확산할 우려가 나온다.

9일 기업 정보 플랫폼을 통해 임대인 A씨가 대표직으로 이름을 올린 부동산 관련 법인을 조사한 결과 모두 15곳으로 확인됐다. 각각 수원(5곳)과 화성(7곳), 용인(3곳)에 있었으며, 지역마다 두 회사 이상이 같은 주소를 중복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화성·용인서 부부 명의 운영
보유한 임대보증금 수백억대 규모
아들 '공인중개 가담' 정황도 포착


[[관련기사_1]]이런 가운데 일부 법인은 최근까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채무불이행 위험 경고를 받은 데다, 부채 비율마저 압도적으로 높아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제표상 수원과 화성의 4개 법인은 전체 자산 중 부채 비율이 최소 93.8%에서 최대 99.4%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가족이 임대업을 벌이는 동안, 부부의 아들은 공인중개업까지 운영하며 가담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취재진이 찾은 A씨 법인 소유 수원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는 A씨 아들이 대표직으로 이름을 올린 부동산 중개법인 사무실이 있다. 사무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고, 지난 8월부터 발송된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었다.

A씨 아들 외에도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A씨 매물을 계약하라고 부추겼다는 피해자 증언이 잇따르면서 부동산 중개업계와의 조직적인 공동 범행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A씨 일가족 소유 건물 세입자 300여명은 SNS를 통해 모여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집단적인 법적 대응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이평 양정은 변호사는 "현재 수임한 사건의 피해액만 최소 30여억원으로 추정된다"며 "A씨 소유 법인을 비롯해 공범 가능성이 있는 공인중개사도 소송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인중개사나 브로커, 컨설팅업체가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인 경찰은 전날까지 A씨 부부를 사기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이 52명(피해금액 70억여원)으로부터 접수되자 이들을 출국 금지 조치했다. → 관련기사 7면(수원 '제2빌라왕' 임의경매 예고장에 세입자들 불안)

/김산기자, 김지원·한규준 수습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