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 요약
- 내년 극지 R&D 예산 1058억원→348억원 '67% 삭감'
- '유전자원 활용 기술 개발' 삭감률 90% 가장 큰 타격
- "해외 주요국보다 늦게 출발한 연구… 적극 지원해야"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기조로 인천의 뿌리산업 연구와 강소연구개발 특구 등이 타격을 받은 가운데(9월 13일자 1면 보도=정부, 연구개발 예산 삭감 여파… 인천 뿌리산업·강소특구 '불똥'),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극지연구소 역시 기능 축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국가들이 뛰어든 극지연구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1일 박찬대(인천 연수갑) 국회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극지연구 중기재정계획·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극지 R&D 예산은 당초 계획한 1천58억원에서 348억원으로 710억원(67%)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예산(691억원)과 비교해도 절반가량 줄었다.
과기부와 해수부의 극지 R&D 관련 사업 대부분은 인천 송도에 있는 극지연구소가 주관하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해수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연구소로, 국내에서 극지 연구를 유일하게 수행하는 기관이다.
유전자원 활용 개발 삭감률 90%↑
국내 유일 기관 사업차질 재고 촉구
정부의 극지 R&D 사업 6건 중 투자 계획 대비 삭감률이 가장 높은 건 '극지 유전자원 활용 기술 개발'이다. 내년에 61억원을 투자하기로 돼 있었는데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4억원만 반영돼 삭감률이 90%를 넘는다.
정부는 "특정 연구 기관 단독 입찰 사업으로 경쟁률이 매우 낮다"는 사유를 들었지만, 이 사업은 국내에서 극지연구 전문성·접근성을 갖춘 극지연구소만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는 게 박찬대 의원의 판단이다.
이밖에 '차세대 쇄빙 연구선 건조 사업'(741억원 계획 → 181억원 반영·삭감률 76%), '해양 극지 원천 기술 개발'(79억원 → 40억원·49%), '극지 해양 환경 및 해양 조사 연구'(96억원 → 62억원·35%) 등이 예산 삭감으로 내년도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의 R&D 예산 긴축재정에 따라 (극지 R&D 예산 삭감은) 불가피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조정된 예산을 기반으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대 의원은 "극지 관련 R&D 예산이 대폭 줄면서 해당 분야 연구가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외 주요국보다 늦게 출발한 극지 연구를 적극 지원해 벌어진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정부 삭감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극지 R&D 예산은 비효율적 요소를 줄여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며 "극지 유전자원 연구 관련 사업은 극지연구소가 극지의 유용한 물질을 확보하고 그 기능을 규명하되, 실용화 단계는 전문성 있는 유관기관이 추진하도록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