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급식' 사라지나… 불안감 키운 경기도교육청

입력 2023-10-12 18:31 수정 2024-02-13 08:40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0-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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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에 담긴 '친환경·근거리' 조항 삭제를 예고해 논란이 일고있다. 사진은 양주 고암중 급식실에서 친환경 우수농산물로 완성된 급식을 학생들이 배식하고 있는 모습. /고암중 제공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에서 학교 급식의 '친환경·근거리' 조항의 삭제가 예고되자 친환경 농업인과 학부모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달 20일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된 안엔 친환경 농산물 급식 관련 조항의 개정 내용이 포함됐다. 제23조 제3항 '친환경·근거리 농산물에 기초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에서 '친환경·근거리 농산물에 기초한'을 '안전하고 건강한'으로 개정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마치고 발의해 오는 12월 도의회 의결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경기도 친환경 농산물 급식 사업은 친환경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통해 지역 상생을 도모하고 학생들에게 고품질의 안전한 식재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 2009년 시작했다. 경기도가 만든 공급 체계를 통해 친환경 농산물 인증이나 G마크 인증을 받은 농가의 농·축산품을 학교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올해 1천147개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초중고 2천361개교가 친환경 농산물 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친환경 농가들 사이에선 조례가 입법예고된대로 개정되면 학교 급식에서 친환경 식재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전하고 건강한'의 기준이 모호해 학교 급식에서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서다. 개정 이후엔 친환경 식재료를 제초제·농약 사용을 하는 GAP(우수관리인증) 농산물과 유전자조작물(GMO)이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친환경 농업인들의 우려다.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조항 삭제'
학부모 반발… 道 "협의 없었다"


이에 친환경 농업인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안성시에서 호박, 시금치 등 채소 작물을 재배하는 5년 차 친환경 농업인 A(50대)씨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으려면 준비 기간이 최소 2년은 필요하다. 그만큼 준비했고, 비싼 생산비와 인건비를 써가면서 친환경 농업을 해왔는데 이런 소식이 들리니 허탈하다. 학교의 친환경 식재료 사용률이 떨어지면 굳이 친환경 농업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염은정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장은 "아이들이 품질 좋고 신선한 급식을 먹고 있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개정된다고 하니 학부모들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향후 친환경 급식 사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경기도도 조례 개정에 회의적이다. 친환경 농업의 주요 판로가 학교 급식인 터라, 학교의 친환경 식재료 사용률이 떨어지면 친환경 농업을 장려할 수 있는 유인책이 없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교육청이 입법예고를 하기 전에 경기도에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고, 사전 협의도 없었다"며 "현재 경기도 차원에선 개정안이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을 표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은 입법예고한 개정안상 '안전하고 건강한'의 기준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학교 급식 문제에 대해 친환경에 국한하지 않고 기준과 식재료 종류를 다양하게 살펴보기 위한 취지"라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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