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원의 무제한 대중교통-베를린을 가다

[7만원의 무제한 대중교통-베를린을 가다·(上)] 교통 패러다임 대전환 '도이칠란트 티켓'

독일 시민들 "이동반경 확장"… 기로 선 수도권 'D-티켓' 거울로
입력 2023-10-15 20:47 수정 2024-10-16 19:2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0-16 1면

독일 기획 관련 편집
지난 5일 오전(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중앙역 플랫폼에 브란덴부르크역으로 향하는 RE1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이 열차는 독일의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 '도이칠란트 티켓'으로 이용할 수 있는 광역급행철도로,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경기를 잇는 열차다. 2023.10.5 베를린/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2천500만 수도권을 움직이게 하는 대중교통 체계가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

서울시가 도시철도,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월 6만5천원짜리 대중교통 정기권 '기후동행카드'를 내년 1~5월 시범 운영하겠다고 지난달 11일 깜짝 발표하면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서울시는 인천시와 경기도가 기후동행카드에 동참해 수도권 통합 정기권을 도입하자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일방적 발표는 오히려 인천시·경기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수도권 대중교통 체계는 무제한 정기권 '도입-비도입'으로 쪼개질 상황에 부닥쳤다.
9유로 티켓 발판 5월부터 전면 시행
도시철도·버스 등 30~40분내 어디든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도입 신호탄
일방적 발표에 인천시·경기도 반발

수도권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 도입 논의는 올해 초부터 본격화했다. 정의당의 '월 3만원 프리패스'나 노동·환경단체들이 제안한 '월 1만원 교통패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 등이 부른 글로벌 경제 위기와 코앞에 닥친 기후위기가 "자동차를 줄이고,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을 더 싸고 더 많이 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 나오는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의 모델은 독일이다. 독일은 지난해 6~8월 고속철도를 제외한 광역·도시철도, 버스, 트램(노면전차) 등 전국의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월 9유로(약 1만3천원)에 한 달 내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을 임시로 도입하는 '실험'을 감행했다.



9유로 티켓은 3개월 동안 누적 판매량 5천200만장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9유로 티켓 누적 판매량은 독일 인구 약 8천435만명의 61%에 해당하는 수치다.

독일은 9유로 티켓의 성공을 발판 삼아 올해 5월부터 49유로(약 7만원)짜리 무제한 정기권 '도이칠란트 티켓'(D-티켓) 정책을 전면 시행했다. 서울시가 꺼낸 기후동행카드와 5천원 정도 차이가 나는 가격이다. 베를린 대중교통 1회권(시내 이용 기준)은 3유로(약 4천260원)로, 서울지하철 기본요금 1천400원의 3배 수준이다.

서울·경기·인천에 거미줄처럼 짜인 수도권 대중교통 체계에 무제한 정기권이 성공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안고 경인일보 취재팀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독일의 수도 베를린과 주변 지역을 찾았다. D-티켓을 끊고 베를린 곳곳을 돌며 시민들을 만나 D-티켓 시행 이후 달라진 일상에 관해 물었다.

베를린 시내는 간선·내부순환 도시철도를 타고, 혹은 버스와 트램으로 갈아타고 30~40분이면 어디든 닿을 수 있을 정도로 대중교통망이 촘촘했다. 이는 무제한 정기권을 도입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다. 베를린 시민들은 "D-티켓으로 도시 내부, 도시 간 이동 반경이 크게 확장됐다"고 입을 모았다.

유럽의 대표 선진국 독일 시민들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교통비 부담이 심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더는 미래가 아니다. 자가용을 포기하고 싶으나, 그러기엔 D-티켓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는 의견도 있었다. 막대한 재정을 쏟아야 하는 D-티켓 정책의 지속가능성은 새로운 논쟁을 부르고 있다. 그럼에도 독일에선 "D-티켓은 지속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기·인천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 도입이 수도권 도시 이동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지, 아니면 변화 없는 교통비 할인 제도에 그칠지, 경인일보는 독일 현장에서 확인한 D-티켓을 거울삼아 3차례에 걸쳐 그 가능성을 따져보고자 한다. → 관련기사 3면([7만원의 무제한 대중교통-베를린을 가다·(上)] 베를리너 일상 바꾼 D-티켓… 사회 반경 넓어져)

 


베를린/김명래·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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