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원의 무제한 대중교통-베를린을 가다

[7만원의 무제한 대중교통-베를린을 가다·(中)] D-티켓 "지속가능해야" 한목소리… 예산은 안갯속

연방-16개주 15억유로씩 분담… 2025년이후 재정 구상은 '아직'
입력 2023-10-16 20:47 수정 2024-10-16 19:27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0-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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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3시(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중앙역 승강장에 열차가 정차해 있다. 한국의 '서울역' 격인 베를린 중앙역은 고속열차뿐 아니라 수도권을 잇는 광역·간선전철, 시내 지하철, 버스·트램 등 대중교통 노선 집합지다. 2023.10.4 베를린/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지난 5월 독일이 전격 시행한 월 49유로(약 7만원)짜리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 '도이칠란트 티켓'(D-티켓)은 국내외에서 주목받으며 일단은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독일에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D-티켓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독일 대중교통 체계를 D-티켓 시행 이전으로 되돌리기엔 시민들이 체감한 파급 효과가 너무 크다.

'지역화법' 제정 광역기구가 운용
운영비 지원으로 단기적 영향 미미
운송업계, 연방정부 재원 확대 촉구
시민 "요금 인상 차단 '49유로 티켓'"

■ 제도 기반은 '튼튼'




파격적 할인 혜택의 D-티켓 시행에 따른 대중교통 운영 회사·기관의 손실보전금은 독일 연방정부와 16개 주정부가 각각 15억유로씩 총 30억유로(약 4조2천696억원)를 해마다 분담하는 구조다.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D-티켓 재원 분담 계획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만 수립됐다. 독일은 영향평가 등을 거쳐 2025년 이후 D-티켓을 어떻게 운영할지 정책 방향을 결정할 방침인데, 이와 관련한 토론이 한창이다.

독일 연방의회 상·하원은 지난 4월 대중교통 서비스에 관한 '근거리 대중교통의 지역화에 관한 법'(RegG·지역화법)을 개정해 전국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D-티켓 도입을 법률로 규정했다.

지역화법은 연방정부·주정부 또는 담당 기관에서 재정적 손실을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교통 서비스를 위한 기존 연방정부 '지역화기금'에 D-티켓 예산 15억유로를 투입했다. 지역화기금 내 D-티켓 예산은 각 주정부 규모에 따라 배분했다. → 표 참조

독일은 주정부 간 행정권을 뛰어넘는 광역교통행정기구를 설립해 통합된 대중교통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베를린은 인근 브란덴부르크주와 묶인 VBB(Verkehrsverbund Berlin-Brandenburg·베를린-브란덴부르크 교통조합)가 있다.

VBB가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등 수도권 대중교통 운영 회사를 관리·감독하고, 환승요금 체계 등 서비스 계획을 수립한다.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대중교통 운영 회사·기관은 VBB로부터 운영비를 받기 때문에 단기적으론 요금 수입 감소 영향이 적다.

■ 재정 계획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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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기념일인 지난 3일 오전 베를린 중앙역 밖에 있는 트램 정류장에서 베를린 장벽 기념관 방면으로 향하는 트램(M10)이 정차하고 있다. 2023.10.3 베를린/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2025년 이후 재정 계획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D-티켓 운영에 따른 장기적 수입 감소 우려는 크다. 독일 일부 주정부는 D-티켓 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추가 자금 지원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연방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VDV(Verband Deutscher Verkehrsunternhmen·독일운송회사협회) 전략·커뮤니케이션 책임자 라스 바그너(Lars Wagner)는 "D-티켓 제도가 어떻게 지속할지 알아야 교통수단이나 인력을 더 확충할지 결정할 수 있다"며 "현재는 1년 단위 단기 계획만 나오고 있는데, 그 계획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VDV 등 독일 운송업계는 애초 월 49유로가 아닌 월 69유로(약 9만8천300원)짜리 D-티켓을 제안한 바 있다. 독일 대중교통 운영 회사·기관들은 D-티켓 시행 전 운송 수입 70%, 정부 지원금 30%로 수익 비율을 유지했는데, 이 비율을 계산한 가격이다. D-티켓 도입 이후 운영 기관 수익 비율은 운송 수입 50%, 정부 지원금 50%로 바뀌었다.

VDV 등 운송업계는 지난 13일 'D-티켓의 미래에 관한 공동 성명'을 통해 "독일 총리와 장관들에게 D-티켓의 미래에 대해 강력하고 단결된 결정을 내리도록 요청한다"며 연방정부의 재원 확대를 촉구했다.

■ D-티켓은 "지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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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전철역에 있는 티켓 판매기. 지난 5월부터 디지털 방식의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 '도이칠란트 티켓'(D-티켓)이 전면 도입되면서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먹통이 된 판매기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베를린/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지난 2~6일(현지 시간) 베를린에서 만난 시민 대다수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D-티켓 정책을 유지해야 하며, 티켓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D-티켓이란 명칭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3년째 베를린에 사는 알렉산더 파니에(Alexander Pannier·30)는 "D-티켓은 '49유로 티켓'으로 불러야 한다"며 "D-티켓이란 이름은 정부가 '우리는 49유로라고 한 적이 없다.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독일이 지향할 정책 방향은 2020년 3월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를 시행한 룩셈부르크 사례라고 주장하는 베를린 시민도 여럿이었다. D-티켓 도입 취지인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계 부담 완화, 대중교통 이용 증가에 따른 에너지 절약과 기후변화 대응 등 정책 효과가 커지려면 티켓 가격을 낮추는 등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경단체인 독일환경지원(DUH·Deutsch Umwelthlife) 활동가 한나 하인(Hanna Rhein)은 "연방정부가 교통 부문 예산이나 기후변화 대응 예산을 D-티켓 제도에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며 "도심 자전거길을 개선하거나 대도시가 아닌 지방의 대중교통망을 촘촘히 만드는 등 대중교통을 타고 싶게 만드는 투자가 있어야 D-티켓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베를린/김명래·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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