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갔다가 숨졌는데, 아무도 책임을 못 진다네요."

안산지역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최명일(42)씨는 33일째 화성시 내 한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다. 고모부 허모(60)씨의 주검이 안치된 곳이다. 화성에서 공사현장 일을 하던 고모부가 갑작스레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생업도 제쳐 두고 부리나케 찾아왔다. 중국 교포로서 홀로 남겨진 고모 외엔 빈소를 돌볼 이가 없는 데다, 본국에 있는 30대 두 딸도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슬퍼할 뿐 생계로 인해 입국조차 못한 상황이다.

회사는 산재처리 안돼… 생계 막막
최근 시흥 추락사도… 28일부터 영정
警 '중처법 조사' 노조 '본사 앞 시위'


한 달을 넘길 거라곤 최씨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인이 심근경색으로 드러나자 산업재해로 보기 힘들다며, 법의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원청사든 하청사든 장례조차 치러주지 못하겠다고 나오면서다. 매일 쌓여가는 장례비용은 물론, 앞으로 생계를 꾸려갈 걱정에 고모는 사고 날 이후 종종 응급실을 드나들고 있다고 한다. 최씨는 "법적으로 산재 판정을 받으려면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데 그동안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며 호소했다.

16일 화성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허씨는 지난달 13일 오전 8시께 화성시 석포리 석포물류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갑작스레 쓰러져 숨졌다. 해당 공사현장은 SGC이테크건설이 원청 시공을 맡았다. SGC이테크건설은 지난해 3명이 숨진 안성 물류창고 추락사고와 관련 국토교통부의 행정처분으로 오는 28일부터 8개월 영업정지를 앞둔 상태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SGC이테크건설은 시흥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당국으로부터 중대재해 책임을 판단 받는 와중에도 연이어 작업장 내 사망사고가 벌어지면서 사측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허씨 사고에 대해서는 업무상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며 유족과 합의하지 못해 한 달 넘도록 장례 절차마저 마무리를 못 지은 상태다. SGC이테크건설 관계자는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나 중국을 거치는 절차가 있어 확인이 늦어지는 상황”이라면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원청 책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하청협력사에서 논의하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허씨의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해당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는 17일 서울 양재 SGC이테크건설 본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조수현·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