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바닥에 모여 겨우 서너 명이 차던 공이 어느새 인조잔디를 넘어 축구장에까지 굴러갔다. 같이 공을 찰 여자들이 없어 11명을 채우려 전전긍긍하던 때를 뒤로하고, 현재 아마추어 여자축구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최한 리그를 펼치는 등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14~15일 충북 제천축구센터에서 열린 아마추어 여자 축구 대회 '2023 K리그 퀸컵'에서 수원 삼성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수원 삼성의 김현선(26)씨는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등 이번 대회에서 11골을 기록하며 최다득점상을 받았다.
현재 트레이너로 일하는 김씨는 중학생 때부터 축구를 취미로 즐기며 여자 축구가 우량주로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그는 "예전에는 대회에 나가면 봤던 얼굴들만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정말 많다"며 "동호회 모집 때도 11명 맞추기가 힘들었는데 확실히 '골때녀' 덕분에 활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역·대학·회사 등 공통분모로 뭉친 수많은 아마추어팀은 '플랩' 등 경기 매칭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말 내 무수한 시합을 펼친다. 인기에 힘입어 연맹에서도 대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퀸컵 리그 참가자 기준을 대폭 넓혔다.
수원 삼성 김현선, 결승서 해트트릭
인기 힘입어 '퀸컵' 참가 기준 확대
지난해에 이어 수원 삼성 타이틀을 달고 뛰게 된 김현선씨의 팀 'ooo(Out of Office)fc'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퇴근 후 공을 차면서 시작된 동호회다. 여러 아마추어팀 내에서 우수한 기량을 뽐내는 선수를 각각 뽑아 멤버를 꾸린 다른 지역팀과 달리, 수원 삼성은 팀 자체를 선정했다.
수원 삼성의 퀸컵 2년 연속 우승 비결도 여기에 있었다. 김현선씨는 "축구의 핵심은 팀이다.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절대 골을 많이 넣는 게 아니"라며 "우리 팀은 ooofc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합을 맞춰왔다. 환상적인 조직력을 보여준 게 우승 요인"이라고 말했다.
아마추어 축구인의 롤모델은 WK리그 선수다. WK리그도 차츰 유료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하는 등 생활체육 여자 축구 인기에 발맞춰 가고 있지만, K리그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김현선씨는 "K리그와 WK리그 둘 다 관람하러 자주 가는데, K리그와 달리 WK리그는 관중석이 꽉 차지 않는다"며 "아마추어 여자축구 대회가 꾸준히 이어지고 활성화돼 여자 축구 문화가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