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수도권 교통복지' 정책 대전 시작

입력 2023-10-18 18:27 수정 2024-02-13 17:14
치솟는 물가에 더해 수도권 버스와 지하철 등 교통비마저 줄줄이 인상된 가운데,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에 이어 경기도에서도 'The 경기패스'를 꺼내 들며 교통복지 정책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여기에 정부 역시 '(가칭) K-패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수도권은 같은 생활권을 공유해 통일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나, 지자체마다 차별화된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어떤 정책이 이번 경쟁에서 승기를 차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급형 vs 정액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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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유튜브 캡처

경기도가 지난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The 경기패스(이하 경기패스)'는 지난 8월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가칭) K-패스'를 기반으로 추진된다.



2024년 하반기 시행 예정인 K-패스는 대중교통요금 환급 제도로 월 21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계층에 따라 이용요금의 20~53%를 돌려주는 것이 골자다. 일반 시민은 20%, 청년(만 19~34세)은 30%, 저소득층은 53%를, 최대 월 60회까지 환급해준다. 1회 대중교통 요금이 1천5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저소득층의 경우 월 최대 57만6천원(60회 이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국비 50%에 지방비를 매칭하는 사업으로, 지역과 관계없이 전국 대중교통 수단에 모두 적용된다.

발언하는 박대출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지난 8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농축수산업계 지원 및 문화·예술계 등 소비증진을 위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18 /연합뉴스

K-패스 혜택에 이용 횟수를 '무제한'으로, 청년 연령을 '만 39세'까지 확대한 것이 경기패스의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 만 13세~23세를 대상으로 한 '경기도 청소년 교통비 지원 사업'을 K-패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만 6~18세로 변경해 추진한다. 국비 지원과 더불어 경기도가 확대한 부분에 대해서만 자체 예산을 투입하기에 예산 부담도 적다.

경기도가 지난달 발표된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대신, K-패스 확장판인 경기패스를 구상한 데는 기후동행카드의 경우 도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적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욱이 경기도의 경우 일반 시내버스, 광역버스, 심야버스, 신분당선 등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이 다양하고 면적이 넓어 거리 비례제가 적용돼 정액권보다는 환급형이 더 유리하다는 것.

기후동행카드 도입시행 설명회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후동행카드 도입시행 기자설명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2023.9.11 /연합뉴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는 K-패스, 경기패스와 달리 월 6만5천원 정액권으로 서울 지하철 1~9호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 서울 시내버스·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이용할 수 있다. 1회 대중교통 요금을 1천500원으로 가정하면, 월 44회 이상 이용하면 정액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만, 요금이 다른 신분당선과 경기·인천 등 타 지역 버스, 광역버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탄 경우도 적용되지 않는다. 하루 평균 대중교통 이용객 271만명 중 202만명이 경기버스를 이용하는 현재 이용 패턴으로 보면, 타 지역 버스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용인시에서 삼성역으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 A(35)씨를 예로 들면, A씨는 용인시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강남역에서 내린 뒤 지하철 2호선으로 환승해 삼성역에 도착한다.

하루에 광역버스 왕복 5천600원, 지하철 환승 왕복 400원으로 하루 출퇴근에 왕복 6천원을 교통비로 쓴다. 월 20일을 출근한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12만원의 교통비가 나간다. A씨가 내년 하반기 출시될 K-패스를 이용하면 20%, 경기패스의 경우 30% 환급을 받아 각각 2만4천원, 3만6천원을 돌려받는다. 실제 월 교통비 지출액은 각각 9만6천원, 8만4천원이다.

A씨가 분당선 역세권에 거주한다고 해도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에서 승차해 타 지역에서 '하차'하는 경우, 즉 퇴근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경기도민과 인천시민 사이에서 기후동행카드를 '반쪽짜리' 정책이라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감장서 공개한 '경기패스'

"별로 답변 듣고 싶지 않으신 것 같지만, 조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17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지사는 'The 경기패스'가 적힌 준비된 판넬을 꺼내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기후동행카드 관련 질의에 답변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 발표 이후 경기도에서도 대책이 나왔어야 하는데 유감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질투 어린 변명' 아니냐고 비판하자, 그동안 준비해온 경기패스 계획을 짧고 굵게 전달했다.

판넬을 들고 설명하는 김 지사를 제지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김 지사는 굽히지 않고 기후동행카드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 시간을 경기패스 계획 발표로 대응했다.

경기도 국감뿐만 아니라, 지난달 서울시가 경기도, 인천시와 사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통합 환승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를 발표하면서 일찌감치 수도권 지자체 간 신경전이 시작됐다. 수도권은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 교통정책에 있어 서로 협의가 필요함에도 이런 과정이 생략돼 경기도와 인천시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세훈 시장은 발표 이후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기후동행카드에 경기도와 인천시 동참을 요청하면서 참여 여부는 단체장 '의지'의 문제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마다 대중교통 이용 특성이 달라 경기도와 인천시가 무조건 동참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경기도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전이어서 이 부분도 걸림돌로 꼽혔다.

이처럼 서울시가 먼저 교통복지 정책을 꺼내 들며 치고 나서자, 경기도 역시 경기연구원 등 교통 전문가들과 전담조직(TF)를 꾸려 도민 대중교통 이용을 분석해 약 한 달 만에 경기패스 구상안을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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