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카가 전 재산 털어서 시작한 사업인데 모두 다 잃게 생겼으니 절망적입니다."
24일 오후 2시 인천 강화군 하점면의 한 젖소 농가를 바라보던 한상대(72)씨는 착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한씨는 "조카가 먼 타지에 있다가 젖소 농장 하나 바라보고 여기 와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걱정했다.
이 농가는 23일 강화군청에 럼피스킨병 의심 신고를 했고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결국, 한씨의 조카가 애지중지 키운 젖소 45마리는 살처분 될 예정이다. 강화군은 긴급조치로 해당 농가 일대의 이동을 통제했다. 또 모기와 진드기 등의 유입을 막기 위해 농가 주위를 가림막으로 둘러싸는 작업을 진행했다.
젖소 살처분·농가일대 이동 통제
모기·진드기 유입방지 가림막 설치
백신 수급·피해농가 지원 급선무
현장을 통제 중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계자는 "럼피스킨병이 확산하고 있어 의심 신고 등이 발생한 곳은 인근 지역에서 차출돼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축전염병인 럼피스킨병이 지난 20일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처음 발생한 충남에서 경기, 충북, 인천, 강원 등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이날 강화군에만 3개 농장에서 럼피스킨병 확진 판정이 나왔다.
하점면 주민 A(78)씨는 "여기(하점면)를 포함해 강화도 곳곳에 소 축사가 있는데 전염병이 금방 퍼지는 것 같아 무섭다"며 "양사면에 사는 친척도 소 축사를 운영하는데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자체적인 방역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강화군 등 방역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3개 농가에서 기르는 소는 총 145마리이며, 모두 살처분 할 계획이다. 강화군 관계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가 나온 만큼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하고 철저히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축산업계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백신 수급과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용성 전국한우협회 강화지부장은 "어쩔 수 없이 소를 잃은 피해농가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게 급선무"라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럼피스킨병 발생 농가 기준 10㎞ 일대를 대상으로 철저한 방역을 진행하고, 빠르게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소독·방역 조치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가축 전염병은 무엇보다 초기 진압이 관건"이라며 "더 이상의 확산·피해를 막기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