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인천 미추홀구 이어 중구까지… 번지는 깡통전세 '사기주의보'
인천 중구에서 올해 3분기 전세 거래된 빌라의 97%가 이른바 '깡통전세'(역전세) 물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세사기 피해 진원지였던 미추홀구에 이어 중구도 영종국제도시를 중심으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26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연립·다세대주택(빌라)의 올해 3분기(7~9월) 전세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인천 중구에서 거래된 빌라의 97%가 역전세로 확인됐다.
역전세는 주택 가격 하락으로 전세가격이 집값을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21년에 보증금 2억원에 전세 계약을 한 빌라의 올해 전세보증금 시세가 1억5천만원으로 하락한 경우,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2억원 가운데 5천만원이 부족한 상황 등이다. 2021년 3분기 2억242만원에 평균 시세가 형성됐던 중구의 빌라 전셋값은 올해 3분기 1억6천262만원으로 3천981만원 하락했다.
정보플랫폼 거래 빌라 97% 역전세
영종 중심으로 신축 과잉공급 분석
미분양 물량도 4개월새 14.5배 급증
인천 중구에서 역전세 거래가 늘어난 것은 영종국제도시를 중심으로 신축 빌라가 과잉 공급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천공항과 인스파이어 리조트 등 일자리 수요가 늘면서 2019년부터 영종지역에 주택 공급이 크게 늘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미분양 주택이 급증했다.
국토부 '시·군·구 미분양 현황' 자료를 보면 인천 중구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9월 70가구에서 올해 1월 1천20가구로 14.5배 증가했다. 아파트조차 미분양이 대거 발생할 정도로 초과 공급이 벌어지면서 빌라를 찾는 수요도 급감했다.
영종국제도시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부터 미분양이 심화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내려갔다가 최근 들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매매든 전세든 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빌라나 다세대주택 가격이 더욱 하락하는 편"이라고 했다.
중구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미추홀구에서 벌어진 전세사기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데, 중구의 빌라 전세가율이 미추홀구의 빌라 전세가율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구와 미추홀구 빌라 전세가율은 올해 1월 각각 80.8%, 91.2%로 10%p 이상 차이가 났다.
그러나 7월 들어 중구가 85.9%, 미추홀구가 89.2%로 격차가 줄었다. 미추홀구를 비롯해 계양구·부평구 등 전세사기 피해가 밀집했던 지역의 전세가율이 소폭 하락한 반면, 중구 전세가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스테이션3 관계자는 "역전세 거래 비율이 97%에 달하면서 전세사기나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부동산 과열기에 갭투자로 신축 빌라를 산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임대·임차인 간 갈등이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