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회, 조봉암 심포지엄] 혁명가서 정치인으로 바꾼 '인천 생활 9년'

입력 2023-10-26 20:32 수정 2024-02-05 20:36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0-27 3면

조봉암 심포지엄
26일 인천YWCA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심포지엄-인천, 조봉암'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1939~1948년 조봉암이 인천에 거주한 시기의 의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2023.10.26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죽산 조봉암(1899~1959) 선생은 독립운동을 하다 체포돼 7년의 수감 생활을 마친 1939년부터 해방 정국을 거쳐 중앙 정치 무대로 나아간 1948년까지 인천에서 살았다. 그 '9년의 시간'은 죽산이 중앙 무대에서 사라진 '공백기'라는 것이 그간 학계의 시각이었는데, 인천 지역 활동에 초점을 맞추면 죽산이 이상적 혁명가에서 현실 정치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이라는 새로운 평가가 나왔다.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가 26일 인천 남동구 인천YWCA 7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2023 심포지엄 -인천, 조봉암' 발제자로 나선 정계향 울산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1939~1948년 조봉암이 인천에 거주한 시기를 재조명했다.

고향 강화 제외 가장 오래 거주
인곡배급조합장 맡아 생계 꾸려


조봉암은 서울, 도쿄, 모스크바, 상하이 등지에서 사회주의 기반 독립운동을 전개하다 1932년 상하이에서 체포돼 신의주형무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1939년 7월 가석방된 이후 인천에 정착했다. 1948년 5·1 제헌의회 선거에서 당선돼 서울로 거주지를 옮길 때까지 가족과 함께 9년 동안 인천에서 지냈다. 고향 강화군을 제외하고 조봉암이 한곳에서 가장 오래 거주한 곳이 인천이다.



국내외 독립운동으로 명망이 높았던 조봉암은 인천 지역 유지와 사회운동가 '인적 네트워크'에 자연스레 편입됐다. 미곡상을 운영하며 여러 사회운동에 참여한 박남칠을 비롯해 이보운, 김요한, 김용규, 정수근 등이 조봉암과 교유했다.

조봉암은 이들의 도움으로 쌀겨와 쭉정이를 공급하는 인곡배급조합(비강업조합)의 조합장을 맡아 생계를 꾸렸다. 당시 인곡은 가난한 사람들이 연료로 썼다. 해외에서 조직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조봉암이 이 시기 대중의 생활을 목격했을 것이라고 정계향 교수는 설명했다.

정 교수는 "독립운동가, 사회주의 혁명가였던 죽산이 인천에서 남편, 아버지, 조합장, 동네 아저씨, 지역 주민으로 생활하며 그 자신이 민중의 일원이 되는 경험을 했다"며 "좌우 양극단의 정치 이념에서 벗어나 자유인으로서 대중을 운동의 원천으로 재발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방 공간에서도 조봉암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이념 지향성이 약하고 인천 지역 현안에 대응하는 인사·단체들과 교류했다. 김구를 비롯한 많은 이가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며 선거를 거부했으나, 조봉암은 제헌의회 선거에서 인천 을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국회에 입성한 조봉암은 무소속 의원 모임 '6·1클럽'을 조직하고, 초대 농림부 장관을 맡아 토지개혁을 주도하는 등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민중 일원… 좌우 이념 벗어나"
"남로당 소외·미군정 공작 있어"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도 정계향 교수의 시각에 대체로 동의하는 의견이 많았다.

토론자 정진오 전 경인일보 인천본사 편집국장은 정계향 교수가 발표한 내용 가운데 조봉암이 1920년대 강화에서 활동한 '강화자위방역단' '강화서화구락부'에 대해 "그동안 죽산 연구자들도 잘 다루지 않은 내용"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내용이 드러나야 한다"고 했다.

김창수 인하대 대학원 초빙교수는 "조봉암의 정치적 행보를 규정한 요인으로는 인천 지역 활동을 통한 현실 인식 변화, 박헌영과의 갈등을 비롯한 당(남로당) 조직에서의 소외, 미군정의 공작 등이 있다"며 "이러한 요인이 어떻게 내적으로 연관돼 있는지 분석하는 작업이 죽산의 사상과 실천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길"이라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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