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해외연수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안성시의 한 중학교 교장이 자신이 속한 골프 동호회에서 진행하는 해외 골프 연수 프로그램 신청안을 '셀프 결재'를 통해 각급 학교와 경기도교육청 산하 기관에 공문 형식으로 전송한 것으로 드러나 교직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안성지역 중학교 교장 '셀프 결재'
각급 학교·교육청 산하기관 전송
"공적인 문서인데 선생님들 황당"
지원청 "사적 이용여부 감사할 것"
1일 도교육청과 안성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안성의 한 중학교 교장 A씨는 지난달 19일 '2024년 경기도교원골프연구회 동계 해외연수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단독 결재(전결)를 통해 도내 각급 학교 등에 전송했다. 안내문에는 총 60명을 선착순 형태로 모집하고, 1인당 236만원의 참가비를 받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년 1월 7박9일 일정으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한 골프장에서 연수가 치러질 것이란 구체적인 계획도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일부 교직원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교장 권한을 사적인 용도로 남용한 게 아니냐며 질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용인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B씨는 "공문은 엄연히 공식적인 문서인데, 교육 관련 연구회도 아니고 뜬금없이 교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모집하는 골프 동호회 연수 참가문이 날아와 주변 선생님들도 함께 당황했다"며 "교육청 차원의 승인이 된 단체인지도 의심스러운데, 보통의 연구회처럼 예산까지 지원됐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교장이 공문을 '셀프 결재'한 것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어떤 경위에서 공문이 작성된 건지 감사를 통해 살펴볼 방침이다. 도교육청 측은 "해당 동호회가 교육청에 승인된 단체는 아니지만 단독 결재는 교장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했고, 안성교육지원청 측은 "지난주쯤 사안을 인지했고, 감사계획을 수립해 사적으로 (교육청) 시스템을 이용한 것인지 여부 등을 감사를 통해 살펴볼 것"이라며 "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교장은 교직원들과 이들 가족에게 행사를 다방면으로 홍보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공문을 쓴 것이고, 교육청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일절 지원을 받은 게 없다고 해명했다. A교장은 "15~16년 가까이 이어온 골프 동호회로서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차원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교직원들이) 유독 골프라는 종목에 이질감을 가지고 있어서 반발이 있는 것 같은데 장소나 참가비도 여러 경로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사가 진행된다면 소상히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