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약 60%의 강우가 여름철에 집중돼 있고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로 이뤄져 있어 비가 오면 빠르게 바다로 유출된다. 1960년대만 해도 전문적인 수자원 관리체계가 없어 유입수량 1천140억㎥ 중 실제 활용하는 수량은 7% 남짓인 80억㎥에 불과했다.
제1차 경제발전 5개년 계획으로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수자원 확보가 시급해졌다. 이에 정부는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소양강다목적댐 건설을 추진했으며 소양강댐은 규모와 형식에 대한 여러 논의 끝에 저수용량 29억㎥, 높이 123m의 사력댐으로 1973년 최종 건설됐다. 이는 현재까지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댐이다.
이렇게 건설된 소양강댐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수도권 지역에 용수를 공급함은 물론 수력발전으로 친환경 전기를 생산했으며 집중호우, 태풍과 같은 위기 시에는 홍수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왔다. 올해 7월 소양강댐은 이런 공을 인정받아 대한토목학회로부터 토목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오랜 세월 동안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을 이끌어온 소양강댐이 50주년을 맞이하는 2023년에 그 가치와 업적을 인정받아 토목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준공 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사력댐이었던 소양강댐은 1960년대 우리나라 토목공학 기술력으로는 담대한 도전이었고, 최초로 국내 기술을 도입해 지금의 토목공학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까지도 국내 최대규모의 댐으로써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기에 그 공로를 인정받아 토목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이다.
최근 들어 내가 속한 지역사회가 건강하고 공정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국민적 기대가 커졌다. 댐은 쉽사리 옮길 수 없는 대형 구조물로 한 번 설치되면 그 지역과 평생을 함께할 수밖에 없다. 지난 50년간 소양강댐이 대한민국 산업화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평생의 동반자인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데에 보다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K-water(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춘천시와 함께 소양강댐 건설로 수몰되기 이전 1960년대 마을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수몰전시관을 개관한 바 있다. 올해는 소양강댐실향민기림회와 함께 실향비를 건립해 당시 댐건설의 역사와 지역의 모습을 더욱 의미있게 조명하는 기회를 가졌다.
다음으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K-water는 소양강댐을 국민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거듭나도록 시설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댐 정상부에 전망 공간을 조성하고 우안광장을 별자리 명소로 재단장하는 한편, 발전소 구조물에 소양호에 서식하는 수달 이미지를 그려 넣고 댐 사면에는 다양한 색깔의 야간조명을 설치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춘천시 동면 일대에 규모 81만6천㎡, 사업비 3천600억원의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해 데이터센터와 플랫폼 기업 등을 유치해 약 8천명의 고품질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상생 발전이 일회성이 아닌 꾸준히 거듭나는 노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K-water는 소양강댐 지역주민, 전문가, 오피니언 리더 등 20인으로 구성된 '소양강댐 50주년 소통위원회'를 운영해 다양한 지역상생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소양강댐 상·하류를 잇는 둘레길 조성 등 소통위원회를 통해 발굴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담은 '지역상생 로드맵'을 마련, 지역상생 과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50년 전 우리는 잘살아 보자는 열망으로 소양강댐을 쌓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물론 지역사회와 함께 잘살아 보는 소양강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승환 K-water 한강유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