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욕망을 부추긴다. 서울 편입 욕망이 구리·하남·광명·과천·부천·고양시로 번졌다. 욕망이라는 전차에 올라탄 국민의힘은 기호지세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와 어긋난다는 야당의 지적에 부산도 광주도 메가시티를 만들면 된다고 한 술 더 뜬다. 황금색 노른자를 꿈꾸는 흰자위 도시들의 욕망을 거머쥔 국민의힘 앞에 더불어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의 욕망에 역행하는 정치는 순결하지만, 욕망의 무게에 죽기 십상이다.
김포시 서울 편입론 '서울 메가시티'로 확장
구리·하남·광명·과천·부천·고양까지 번져
김포 서울 편입이든 메가시티 구상이든 입에 발린 명분을 제거하면 명백한 총선용 이슈다. 국민의힘에게 수도권은 모 아니면 도인 격전지다. 고만고만한 이슈로는 민심을 얻기 힘들고 역량도 없다. 서울을 지향하는 수도권 시민의 욕망에 올라탄 이유다. 서울이 반발한다지만, 서울엔 더 잃을 선거구도 없다. 오히려 광명, 하남, 구리, 과천·의왕 등 서울 인접 당협위원장들에게 서울 편입 여론 조성을 채근한다. 민주당은 난감하다. 국민의힘의 특별법 공세를 머릿수로 막을 수 있지만 막고 나섰다가 직면할 재앙이 두렵다.
경기도만 붕 떴다. 여당 발 서울 메가시티 구상이 현실이 되면 분도하려던 경기북부는 물론 경기남부까지 자치구역이 쪼그라든다. 불발돼도 서울 편입 욕망은 살아남아 경기도 광역행정에 걸림돌로 남는다. 서울로 기운 민심을 서울만큼 예산을 써서 달래 줄 재정이 경기도엔 없다. 김 지사는 여당의 대국민 사기극이라 비판하지만, 30년 묵은 분도론을 임기 1년만에 밀어붙인 사람도 김 지사다. 이미 분도론은 행정구역 개편 담론의 하부 의제로 전락했다.
이왕 벌어진 일이다. 아예 판을 키워 행정구역 개편 의제를 국민 공론장에 진입시켜 이성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국가 개조 사업인 행정구역 개편론을 지역별 욕망과 결탁한 정치와 선거에서 분리할 유일한 길이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행정구역 개편론은 국가개조 차원의 담론으로 꾸준히 잠복해왔다. 햇볕에 꺼내 놓을 때가 됐다.
여당發 총선용 이슈에 붕뜬 경기·난감한 민주
국가·국민적 의제로 설정해야 정치와 분리
좁은 국토에 행정 수반들이 너무 많다. 대통령 밑에서 17명의 광역자치단체장이, 시·도지사 아래에서 226명의 기초자치단체장이 정당으로 구획된 행정구역에서 예산과 정책의 전권을 행사한다. 분할된 지역은 지연·학연·인연으로 고립된다. 광역의원 800여 명, 기초의원 3천여 명은 국민 세금으로 분할된 지역 내부에서 지역이기주의 칸막이를 촘촘하게 세운다. 도시와 도시는 단절되고, 국민은 자치단체 우물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 산다. 정부-광역단체-기초단체 행정 파이프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국민 혈세가 줄줄 샌다.
수원 10전투비행단은 야간 훈련 기동을 못한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야간에 전투기를 띄웠다간 생난리가 난다. 국방부가 화성시 한적한 곳에 군공항을 이전하려는 이유인데, 자치 분단선에 막혔다. 자치 때문에 공군은 야맹이 됐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방이 자치로 무너진다. 수원, 화성, 용인의 반도체 기업들이 납부하는 법인 지방소득세 규모는 엄청나다. 삼성 납세액만 올해 세 도시에 4천500억원 가량이다. 세 도시를 연결해 공생시킬 대형 SOC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돈이다. 이처럼 막대한 납세액이 세 도시에서 소리 소문 없이 잔돈으로 녹아버린다.
행정구역 개편은 자치 구조 혁명을 통한 국가개조 사업이다. 정치와 선거에 오염돼 중구난방 추진했다간 나라가 망가진다. 국가, 국민적 의제로 설정하는 것이 정상국가의 공론구조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