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건수 늘었지만… 전단 여전
"100만원어치 결제 70만원 입금"
수법 바꿔 활개… 근본대책 필요
고금리 고물가 시대 불법사금융이 경제적 취약계층의 틈을 파고든다. 최고금리제한으로 제도권 은행과 대부업계 문턱이 점차 높아지자 불법사금융으로 눈을 돌리는 서민들.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음지로 숨어 계속 성행하는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서민경제 위기시대, 경기도는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가. → 편집자주
"불법 사금융을 끝까지 처단하고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해야 한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서 피해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불법사금융 근절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정부는 지난달까지로 예정됐던 불법사금융 특별단속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물가가 상승하고 대출 이자가 높아져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불법 사금융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한 것이 그 이유다.
19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관내 불법사금융 관련 범죄 검거건수는 작년 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 불법사금융 관련 범죄는 크게 미등록 상태로 운영하는 대부업법 위반과 법으로 정해진 최고 금리 이상의 이자를 받는 이자제한법 위반과 채무자에게 과도한 독촉을 하는 채권추심법 위반으로 나눌 수 있다.
경기남부청은 이 중 채권추심법 위반 단속 건수가 특히 늘었는데 작년 35건에서 올해 56건으로 검거인원 또한 74명으로 작년 대비 8명이 더 늘었다. 경기북부경찰청 역시 같은 기준으로 불법사금융 관련 범죄 검거 건수가 작년 대비 6.4% 증가했다. 특히 북부청은 이자제한법 위반 검거 건수가 작년 8건에서 12건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와 경찰 당국의 이런 강력한 단속 의지에 도내 유흥시설 밀집구역에도 대부업 광고물을 찾기 힘들어졌다.
지난 9일 밤 9시50분께 수원역 앞 거리에선 그동안 길바닥에 너저분하게 깔렸던 불법사금융 광고 전단지를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성남시 분당구 미금역 인근 거리에도 예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외진 골목이나 공공 화장실 등지에는 남아있는 광고지들이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입수한 번호로 연락하니 불법사금융 관계자를 만나 대출 상담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연락처와 얼굴 사진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는 남성 A씨는 "요즘에도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많이들 문의 주신다"며 "돈을 갚는 즉시 연락처와 사진은 삭제한다"고 말했다.
핸드폰으로 소액결제를 유도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남성 B씨는 "소액결제 한도를 풀고 모바일 상품권 100만원 어치를 결제해 넘겨주면 즉시 현금 70만원을 입금해주겠다"고 덧붙였다. 두 업체 모두 불법 사금융의 행태를 보이지만 특별단속기간에도 버젓이 운영하고 있었다.
경기도 불법사금융피해지원센터 관계자는 "일시적인 단속으로 위축될 순 있어도 처벌 강화만으로는 근절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온라인 등으로 수법을 바꿔가며 단속망을 피해 음지로 숨기 때문에 더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