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터뷰 공감] 송한샘 쇼노트 프로듀서 "관객·배우 둘 다 원하는 작품이 '롱런' 포인트"

입력 2023-11-21 20:36 수정 2024-02-0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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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공연 연달아 호평' 송한샘 공연제작사 (주)쇼노트 부사장·프로듀서

굵직한 작품 대극장 입지 다진뒤 '더 테일…' 등 소극장 무대도 꾸준
중소극장 신인·작가 등 대극장까지 연결하는 시너지 '선순환' 기대
브로드웨이 뮤지컬 '컴프롬 어웨이' 논 레플리카 진행 한국이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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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브로드웨이 극이었던 뮤지컬 '컴프롬 어웨이' 개막을 준비하고 있는 송한샘 쇼노트 부사장이자 프로듀서.

올 한해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멤피스, 셰익스피어 인 러브, 테베렌드,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에 이어 다음 달 개막을 앞둔 '컴프롬 어웨이'까지 중소극장과 대극장을 넘나들며 주제와 형식이 다양한 극을 무대에 올렸다. 공연 제작사 '(주)쇼노트'의 이야기다.

쇼노트가 올해 선보인 작품들을 쭉 훑어보다 보니 궁금한 점들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 공연 대부분이 초연이었음에도 호평을 받으며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됐기 때문. 팬데믹이 지나고 공연예술이 그 어느 때보다 인기를 얻고 있다지만, 눈에 띄는 흥미로운 결과다. 경인일보가 쇼노트의 부사장이자 프로듀서인 송한샘을 만난 이유이다.

쇼노트가 그동안 보여준 극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도전' 또는 '시도'와 같은 단어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작품을 고르는 데 어떤 기준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독특한 극이 제작사의 정체성인 걸까.



송 프로듀서는 "저희는 정말 누가 봐도 휘황찬란하고 멋진 대중적인 작품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어떤 색깔을 염두에 두고 그 길로 가야겠다 생각하는 건 아닌데, 헤드윅처럼 기존 히트작 중에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고 웃었다.

그렇다면 여러 후보작 가운데 실제 무대에 올릴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요한 점이 있었다는 건데, 이에 대해 송 프로듀서는 '관객'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이다 보니, 관객이 무엇을 원할까란 생각을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관객이 원한다는 것은 곧 배우가 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배우들 역시 관객이 원하는 작품을 하고 싶어 하기에, 배우와 관객이 만족하는 작품이라면 흥행이 담보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배우를 포함해 창작진이 작품을 향해 불을 태워도 성공할까 말까 한 것이 현실"이라며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올인할 만큼의 기쁨과 가치를 주는 작품이 나와야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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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작품들로 대극장에서의 입지를 다진 쇼노트는 소극장 극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올해는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가 그 중심에 있었다. 송 프로듀서는 이를 두고 '경제적'인 측면만 따지지 않고, 미래에 파생될 수 있는 다른 이익의 측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작아 보였던 사업이 어느 순간 개발돼 2차 저작물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거나, 소극장 극이 중극장 또 대극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있다"며 "배우의 풀을 더 확충할 수 있고, 창작진도 교류하게 되면서 더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중소극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이나 작가들과 함께 대극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에도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일으키고 싶은데,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설의 리틀 농구단', '더 헬멧', '데미안', '구텐버그'와 같이 다른 공연 제작사들과의 공동제작 부분도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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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프로듀서는 이러한 시너지의 예로 개막을 앞둔 뮤지컬 '컴프롬 어웨이'를 들었다. 이 작품은 12명의 배우가 퇴장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공연계 전반을 아우르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다.

송 프로듀서는 "출연하는 배우들이 사실 각자 선 자리에서 주조연 이상을 하는 정말 좋은 배우들이다. 그러나 면면을 유심히 보면 중소극장만 하는 배우, 대극장만 하는 배우들이 있다"며 "그렇게 모인 12명이 앙상블을 이뤄 합을 맞출 때 서로 놀라곤 한다. 대극장과 중소극장의 연기가 한데 어우러져 서로 시너지를 내는 불꽃 튀는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고 했다.

최근 공연예술계에서는 '티켓값'이 화두다. 송 프로듀서는 올해 초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통해 오른 티켓값에 대한 의견을 밝힌 바 있는데, 퀄리티 높은 작품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송 프로듀서는 "극을 만들 때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현재 한국 최고의 라이선스 극들을 제외하고 대극장에서 유료 객석 점유율이 70%를 넘기는 게 쉽지 않다. 티켓 가격을 올려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티켓값으로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늘 고민이라고 한 그는 "관객은 늘었는데 수익이 나지 않거나 소폭의 적자가 생기게 됐을 때 그 공연을 다시 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길까란 생각을 해보면, 무작정 가격을 내리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며 "다른 제작사들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어떻게 작품을 바라보고 접근하느냐에 대한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공연예술 시장은 점차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은 이미 라이선스 뮤지컬의 비중을 뛰어넘었다. 중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창작극들의 성공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며, 신진 창작자들이 데뷔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토양도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이에 송 프로듀서는 "풍부해진 문화적 식견을 가진 지금의 소비자들이 10년 뒤에도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공연기획자들의 과제이자 꿈"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공연예술계의 밝은 미래를 그렸다.

그는 "케이팝이 보여준 것처럼 문화 콘텐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연은 언어 장벽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들 했다. 하지만 훌륭한 선배들이 이미 우리 공연을 라이선스화 해 여러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며 "훗날에는 아시아권에서 영미권 작품보다 한국 뮤지컬이 무대에 많이 오르는 시기가 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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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쇼노트는 '컴프롬 어웨이'를 준비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극이었던 이 작품은 송 프로듀서의 '최애' 극이기도 하다. 막을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컴프롬 어웨이'를 논 레플리카로 진행하는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이 극의 매력에 대해 그는 "공동체의 힘이나 인류애라는 주제도 그렇지만, 그 주제를 풀어내는 방법이 뒤통수를 칠 정도로 재밌었다"며 "12명의 에피소드가 각각 다 묻어나면서 호흡이 빠르고 계속해서 집중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 국경과 종교와 언어를 넘어서 하나가 되는 '대동의 장'으로 가는 내용이 우리나라 정서와 맞닿아 있기도 한 작품이다. 송 프로듀서는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즐거워하며 '이런 극을 가지고 와줘서 고맙다'고 말해준다든지, 어떠한 혼란이나 흐트러짐 없이 작품을 완벽하게 정리해 온 창작진의 모습 등을 보면서 떨리지만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송 프로듀서는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단순히 좋은 작품을 넘어서 관객에게 사랑받는 소위 '잘 팔리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것. "창작 뮤지컬을 산업화의 한복판으로 끌고 가고 싶어요. 언젠가 배우나 연출만큼 제작사의 이름도 작품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 가겠습니다."

글/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사진/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송한샘 프로듀서는?

(주)쇼팩 대표이사와 제미로 제작팀장·마케팅 팀장을 지내고, 현재 (주)쇼노트 부사장 겸 프로듀서로서 활동하고 있다. 국제예술대 전임교수를 맡았으며,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세종대학교·동서대학교·서울아트스쿨 등에 출강한다. 2022년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프로듀서상을 수상한 바 있다. 뮤지컬 헤드윅·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그레이트 코멧·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이프덴·멤피스, 연극 테베랜드·셰익스피어 인 러브·알앤제이 외 다수의 공연과 YB·세븐틴·몬스타엑스·자우림을 포함한 다수의 콘서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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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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