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져내도 또 빠져드는 불법사금융·(中)]

은행 이자율 높아지며 '담보 위주'

취약계층 제도권 문턱 더 높아져

금융위 "조달 금리 인하 등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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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고금리 고물가 시대 불법사금융이 서민들의 일상을 파고들어 근본적인 근절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오후 수원역 로데오거리에 불법사금융 전단지가 부착돼 있다. 2023.11.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의정부에 사는 남모(60대·여)씨는 손에서 휴대폰을 놓을 수 없다. 밤이고 낮이고 불법사금융 추심원(이하 사채업자)의 전화를 받지 못하면 즉시 협박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채업자는 남씨의 휴대폰에 있는 전화번호부를 갖고 있다. 이달에만 벌써 남씨의 지인 3명에게 "남씨가 자신에게 돈을 빌렸고 갚지 않고 있어 연락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남씨가 빌린 돈은 60여만원이다. 생활고로 통신료 등이 밀리자 남씨는 합법적으로 등록된 대부업체에 대출을 문의했지만, 저신용자에 담보도 없는 남씨의 대출신청을 받아주는 대부업체는 없었다. 급전이 필요했던 그는 결국 불법사금융업체에서 돈을 빌리게 된 것이다.

수원시 권선구의 한 대부업체 관계자 A씨는 신용대출의 씨가 말랐다고 한다. 법적으로 대부업체가 채무자에게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은 연 20%로 한정됐지만, 이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 이자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A씨는 "대부업도 일종의 사업인데 재룟값은 높아지고 판매가격은 정해진 장사를 누가 하겠느냐"며 "요샌 신용대출을 줄이고 담보대출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21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발표한 '2022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서 이미 저신용층의 대부업 시장 소외 현상에 따른 불법사금융 이용 증가가 이미 예견됐다.

작년 12월 제도권 대부업체의 대출 이용자 수는 98만9천여명으로 동년 6월말 대비 7만5천여명이 줄었다. 금감원은 감소 이유로 대부업체의 신용대출 축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신용대출 비율은 2020년 50.7%에서 2021년 48% 그리고 지난해엔 43.9%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신용대출이 줄어들면서 담보가 없는 경제적 취약계층의 제도권 내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지고 그 틈을 불법사금융이 메꾸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제도권 내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저신용자가 없도록 하겠다"며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대부업체에게 자금 조달 금리를 낮춰주는 등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제도권 대부업계의 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해 법정최고금리를 현행 연 20%에서 상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금융위 측은 금리 인상을 높이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도 "법정최고금리는 대출시장에서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이자율의 상한선을 정하는 정책인 만큼 인상 여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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