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에 쏠린 눈… '더 멀어진' 서해5도 조업·이동권 확대

입력 2023-11-22 20:38 수정 2024-02-12 16:0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1-23 3면

어장 확장 요구, 국방부 반대 막혀
작년 '백령 뱃길' 대형 카페리 중단
대체선박 투입, 공모 수년째 불발
시민단체 "정부, 말로만 여건 개선"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관련 북녁스케치
북한이 전날 밤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고 밝힌 22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모습 2023.11.2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우리 정부의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 맞대응으로 국가 안보에 이목이 쏠리는 사이 인천 서해 5도 주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어업권·이동권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처지다.

2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43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정찰위성' 1발이 남쪽으로 발사됐다. 이 발사체는 백령도와 남해 이어도 서쪽 공해 상공을 통과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9·19 군사합의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결정했고, 북한의 행동에 따라 다른 조항의 추가 조치도 예고했다.



정치권도 즉각 반응했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에 도발을 감행한 이번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9·19 군사합의를 속전속결로 없애려는 정권의 태도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한반도의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안보를 중점으로 국가적 관심이 고조되지만, 어업권 보장을 위한 조업구역·시간 확대 등 정작 서해 5도 주민의 정주 여건 개선에 대한 얘기는 자취를 감췄다.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관련 북녁스케치
북한이 전날 밤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고 밝힌 22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이 흐릿하게 관측되고 있다. 2023.11.2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정부는 2018년 9월19일 군사합의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고,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했다. 2019년 3월26일부터는 기존 1천614㎢의 서해 5도 어장에 신규로 D어장(154.55㎢)과 연평어장 양옆(각 43.73㎢·46㎢) 구역을 추가해 245㎢ 늘어난 1천859㎢로 조정했다. 서해 5도의 조업 시간도 일출·일몰 전 30분씩 연장했다. 당시 정부는 서해 5도 어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조업구역·시간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대청도·소청도 동남쪽 D어장을 북한이 주장하는 통항질서항로를 침범하지 않는 선까지 확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D어장은 백령도·대청도·소청도로부터 왕복 4~6시간이 걸려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경색 관련 조업한계선2
인천시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에 설치된 철책 사이로 보이는 선착장에서 어민들이 어선을 수리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서해 5도 조업 시간 역시 '일출 전 30분부터 일몰 후 30분까지'에서 '일출 전 1시간부터 일몰 후 1시간까지'로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해 5도 어민과 인천시의 지속적인 어장 확대 요청에도 정부는 응하지 않았다. 안보를 이유로 한 국방부의 반대가 워낙 강한 탓이었다.

백령도 뱃길도 대폭 축소됐다. 올해 5월 선령 만료를 앞뒀던 유일한 대형 카페리선은 지난해 11월부터 고장으로 운항을 중단했고, 올해 3월에는 운영 선사가 재정난으로 폐업했다. 대체 선박 투입을 위해 2020년 시작한 신규 선사 모집은 수차례 무산 끝에 현재 7차 공모를 진행 중이다.

서해5도평화수역운동본부는 이날 '연평도 포격 13주기' 성명을 통해 "서해 5도 주민들은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인한 생계 위협, 남북 군사대결로 인한 생존의 위협, 군사 안보 중심지의 기본권 침해로 인한 생활의 위협 등 삼중고의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며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는 서해 5도 주민들의 안전핀을 제거해 서해 5도를 다시 전쟁과 포격의 위협 속에 몰아넣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박태원 서해5도평화수역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정부에서 안보를 빙자해 주민을 힘들게 만들고 말로만 정주 여건 개선을 얘기한다"며 "공공일자리와 지원금을 조금 주고 정작 중요한 어장 확대와 이동권 확보는 외면하고 있다. 정부의 강경한 대응이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사실상 전쟁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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