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저어새'와 공존 꿈꾸는 동아시아
[멸종위기 '저어새'와 공존 꿈꾸는 동아시아·(下)] 저어새에 빠진 시민들
"송도갯벌 매립 물새 줄어"… "환경 지키려 종이컵 안써"
서식지 매일 모니터링 류기찬씨
관찰 생태교육에 열중 이서현양
시민단체 '저어새와 친구들'이 운영하는 인천 남동유수지 인근 저어새 생태학습관에서 어린이들이 저어새 둥지와 알 모형을 관찰하며 설명을 듣고 있다. /저어새 생태학습관 제공 |
# "저어새는 살짝 허술한 것이 매력이에요. 먹이도 잘 잡지 못하고 수영도 못하는 모습이 귀여워요."
환경단체 '저어새와 친구들' 시민 모니터링팀으로 활동하는 대학생 류기찬(21)씨는 4년 전 저어새를 처음 만났다. 도심 한복판에 멸종위기 동물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 호기심에 인천 남동유수지를 찾았다가 저어새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저어새가 번식을 위해 인천을 찾는 4월부터 7월까지 류기찬씨의 하루는 여느 때보다 빨리 시작된다. 이른 새벽이면 집이 있는 서울에서 차를 몰고 남동유수지로 향한다. 저어새가 얼마나 찾아왔는지, 알은 몇 개인지, 둥지는 어디에 만들었는지 살펴본 뒤 서울로 돌아가 등교 준비를 한다.
이런 일과는 둥지에 있는 마지막 새끼 저어새가 인천을 떠날 때까지 매일 반복된다.
그와 함께 시민 모니터링팀에서 활동 중인 100여 명의 시민은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저어새를 아끼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고 한다. 류씨는 "송도갯벌이 매립돼 인천을 찾는 물새 수가 매년 줄어드는 걸 보며 요즘은 새들을 지켜야겠다는 책임감으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 "저어새를 지키려고 전기를 절약하고 종이컵도 쓰지 않아요."
인천 석천초등학교에 다니는 이서현(11)양은 4살 때부터 친오빠를 따라 저어새 생태학습관 교육 프로그램 '저어새 작은 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저어새를 관찰해 일기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양은 "찰흙 놀이 선생님인 생태학습관 '저어새 할아버지'랑 찰흙으로 저어새를 만드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며 "재밌는 활동도 하고 신기한 새를 봤다고 반 친구들에게 자랑했더니 친구들이 자기도 가고 싶다고 해서 소개해 줬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양은 "원래 새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저어새가 부리를 땅에 콕 박고 먹이를 먹는 모습이 웃겨서 좋아하게 됐다"며 "저어새가 사는 환경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평소에 전기를 아끼려고 불도 잘 끄고 종이컵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과 남동유수지 주변의 쓰레기를 열심히 주웠는데 아무리 주워도 자꾸 쓰레기가 다시 생긴다. 어른들이 유수지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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