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사람이 쓴다

[도시는 사람이 쓴다·(끝)] 주민이 앞장선 개발사업… 차별화된 도시정비 이룬다

입력 2023-11-26 19:27 수정 2024-10-16 17:47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1-27 11면

경기도형 도시재생 지속가능성 그리고 사람


국가 주도 획일적·예산중심 문제 발생
지속적인 수익성 등 지자체 과제 남아

경기도, 물량·사업비·면적 등 제한 안둬
건물뿐 아닌 소프트웨어사업 지원 가능

1기 신도시 재개발·3기 신도시 개발 등
부수고 새로짓는 것만이 아닌 공존 필요

 

런던 킹스크로스역 도시재생
런던 킹스크로스는 영국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수십년 전 시작된 킹스크로스는 현재에도 다양한 형태의 개발이 계속되는데, 그 중에서도 주민 생활 편의 등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쇠퇴지역은 인구수 또는 사업체 수가 최근 5년간 3년 이상 연속으로 감소하거나 준공한 지 20년이 지난 건축물 50% 이상 되는 곳 중 2개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을 말한다. 경기도의 경우 쇠퇴지역은 전국에서 다섯번째로 많고, 쇠퇴지역 거주인구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사업 후에 주택가격이 오르거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기존 저소득층 원주민들이 재정착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정비사업 추진율이 낮아 많은 도시에서 지구지정이 취소되고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국가 주도의 도시재생 사업은 지역 특성이나 요구사항 등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해 획일적인 사업이 되거나, 단기적 성과와 예산집행 위주 운영으로 만들어진 시설과 공간이 제대로 운영과 관리가 되지 않는 점들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속 가능한 운영에 대한 지원이 지방자치단체의 과제로 남겨진 상황이다.

현재 경기도의 도시재생 사업은 이러한 상황들의 비판에서 시작됐다. 경기도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주민들이 절실함과 의지를 갖고 정부에 요구한 외국의 사례와 달리 그동안 우리나라의 도시재생 사업은 '탑 다운' 방식이 대부분이었다"며 "이제는 방향을 바꿔 차별화된 경기도만의 도시재생 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도는 공모 사업의 물량과 사업비, 사업면적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또 제안을 하는 주민들이 사업 기간을 제안하고, 물리적 사업비의 상한선을 60%로 정했다. 건물 하나 짓고 끝나는 것이 아닌, 사업비의 40%를 소프트웨어 사업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기술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사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곳을 위해 기반 구축 단계, 사업 추진 단계, 지속 운영 단계로 나눠 각각의 기준에 맞는 사업을 선정하도록 했다. 그렇게 올해 선정된 사업은 11곳이다.

도 관계자는 "선정된 사업들이 어떤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의정부시의 경민대학교 주변 거리에 광장을 조성하고 빈 점포를 활용하는 내용을 담은 활성화 사업, 평택 서정리시장의 고덕 신도시 배달 사업 등 기대가 되는 사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형 도시재생의 지속가능 조건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고, 참여하는 공동체들의 열의와 젊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도시재생사업 전문가 토론회
지난해 9월 경기도청 3층 GG BOX에서 염태영 경제부지사와 도시재생사업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도시재생사업 개선방안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경기도 제공

영국에 비해 도시의 역사가 짧다는 것을 고려하면 경기도 도시재생은 그래도 비교적 빠르게 도시재생의 목적지를 잘 찾아가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 역사가 100년을 넘게 이어온 영국 도시재생도 정부 주도의 탑다운 방식에서 자본 중심의 상업개발이 주를 이루던 시기가 있었다.

이들 개발은 직후에 보여지는 화려한 마천루로 인해 개발의 성공을 자축했으나, 고작 몇십년도 지나지 않아 재개발이 요구되는 악순환이 계속돼왔다. 이 과정에서 놓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었다.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이 결국 도시를 사는 사람들로 인해 가능하다는 것을 숱한 역사를 통해 현재의 영국 도시재생이 얻은 깨달음이다.

목적지를 잘 정했다면 이제 제대로 된 항로를 개척하는 일이 중요하다. 주민들이 노후화된 지금의 도시에서도 삶을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물론 속도가 더딜 수 있다. 우리가 만난 코인스트리트는 도시재생을 시작한 지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필요한 도시재생을 행하고 있다.

경기도 1기신도시 재개발, 노후도심의 도시재생사업, 3기 신도시 개발. 경기도 도시들은 오늘도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무조건 부수고 새로짓는 것만이 도시재생의 능사가 아님을 지구 반대편 영국에서 배웠다. 도시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때 도시는 다시 살아숨쉰다.

/공지영·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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