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작가 21명 내년 초까지 전시 등 이어가
작가와 함께 작품 만드는 참여형 전시 ‘눈길’
올해 방문객 4만명 넘을듯… “전국 손꼽는 공공 레지던시로 성장”
“뒤편에 있는 복(楅)을 뽑아서 마음에 드는 호(그릇)에 던져 넣으시면 됩니다.”
지난 1일 오후 찾은 인천아트플랫폼 ‘G3 프로젝트 스페이스 2’ 전시장에서 열린 황규민 작가의 ‘송지인화보-살꽂이’ 전시에선 관람객에게 이같이 안내하고 있었다. 이 전시는 인천아트플랫폼 2023년(14기) 레지던시 입주 작가인 황규민의 그간 창작 활동을 시민에게 발표·공유하는 ‘IAP 창·제작 프로젝트’로, 오는 10일까지 열린다.
황규민 작가가 준비한 철과 나무로 만든 ‘화살’을 그릇 또는 통 모양의 ‘오브제’에 던져 넣는 일종의 ‘투호놀이’에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함께 그림을 그리듯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꽂힌 화살은 추후 작가의 다른 작업에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동양화를 비유한 시스템을 만들어, 그 안에 동시대 서화를 입력하는” 개념이다.

올해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들의 창·제작 프로젝트가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올해 국내외 입주 작가 21명 가운데 15명이 지난 8월부터 순차로 전시와 퍼포먼스·공연을 마쳤고, 나머지 6명은 내년 1월까지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 5월 공모에서 선정된 입주 작가들의 창작 활동 발표가 5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찾은 황규민 작가 전시처럼 ‘관람객 참여형’은 물론 인천을 직접 다룬 작업도 상당수다.
이날 인천아트플랫폼 ‘G1 프로젝트 스페이스 1’ 전시장에서 개막한 또 다른 창·제작 프로젝트 전시인 김시원 작가의 ‘다시 걷는 기분’은 7시간짜리 비디오아트 ‘무제(걷기)’를 상영한다.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서울의 창동레지던시까지 약 52㎞를 10시간 넘게 걸었고, 그 과정을 10명의 촬영자가 기록해 ‘무제(걷기)’를 완성했다.
김시원 작가는 2010년 창동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활동하며 당시 1기 레지던시를 시작한 인천아트플랫폼까지 걷는 순간을 기록해 창동레지던시와 인천아트플랫폼 교류전에서 상영한 바 있다. 이번엔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로서 13년 전 작업을 뒤집은 결과물이자 또 다른 순간의 기록이다. 전시장에서 김 작가가 쓴 글을 읽으면 그가 왜 걷게 됐는지 알 수 있다.
김시원 작가는 “저는 걸으며 13년 전 인천아트플랫폼의 그 전시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 첫해였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올해를 끝으로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을 함께 떠올렸다”고 했다.

올해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도 서로 다른 영역을 넘나든 작가 간 협업이 활발했다. 시각예술 부문 황규민, 윤재민, 한재석 작가는 지난달 17일과 19일 있었던 공연예술 부문 임호경 입주 작가의 창·제작 프로젝트 공연 ‘무이유 꼴라쥬’의 배우 겸 시나리오 작가 등으로 참여했다. 이들이 레지던시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성사되지 않았을 창작 결과물이다.
창·제작 프로젝트는 작가별로 400~500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인천아트플랫폼이 자체 기획하거나 대관한 전시·공연·행사 방문객은 올해 10월 기준 3만9천477명으로, 올해 말까지 지난해 총 방문객 4만985명을 거뜬히 넘을 전망이다. 지역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입주 작가들의 현대미술·공연·퍼포먼스와 각종 기획전·행사 등이 결합한 결과라는 게 지역 문화예술계 시각이다.
인천아트플랫폼 한 입주 작가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더는 부산만의 행사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가 됐듯 인천아트플랫폼 또한 전국에서 손꼽히는 공공 레지던시가 됐다”며 “그 문화적 자산이 한순간 무너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인천아트플랫폼 전국 단위 레지던시 공간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입주 작가 등 문화예술계가 “인천문화예술 거점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