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화마 아래 놓인 아이들·(上)] 교육시설 천장재 화재 부적합 여전
2004년 내부 마감재 불연성 의무화
도내 학교 48곳중 42곳 '방염재'로
"불연재·준불연재 비교하면 취약"
지난 2003년 충청남도 천안시의 한 초등학교 숙소에서 불이나 축구 꿈나무가 우리 곁을 떠났다. 내부 마감재가 가연성 재료였던 탓에 더욱 컸던 피해였다. 이에 정부는 학교의 내부 마감재를 불연성 재료로 의무화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하지만, 방염재료를 사용하는 등 여전히 화재위험의 '틈'은 존재했다. 학교 현장의 실태를 조명하고, 방안을 모색한다. → 편집자 주
천안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 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마는 미래의 박지성, 이영표 선수를 꿈꾸던 축구 꿈나무 9명의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불은 10여분만에 진화됐지만, 가연성 재질이 내뿜는 유독가스와 불길에 소중한 아이들을 떠나보냈다.
참사에 정부 등은 대책을 내놓았다. 신축 초등학교 건물에는 내부 마감재로 불연성 재료를 의무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듬해 9월부터 시행된 개정안으로 신축 초등학교에서는 모든 내부 마감재를 불연성 재료로 사용하는 정책이 시작됐다.
초등학교에만 머물렀던 불연성 재료 의무화 범위는 2019년 11월부터 시행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유치원, 중·고등학교 등 모든 교육연구시설로 확대됐다. 하지만 한국산업표준의 불연성 재료 성능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내부 마감재를 사용한 교육연구시설은 여전했다.
조달청 정보개방포털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19년 건설법 시행령 개정 후 2020년부터 2023년 6월까지 '벽천장재흡음재' 중 '천장재'를 납품요구한 경기도교육청 산하 지원청과 학교는 총 48곳이었다. 나라장터종합쇼핑몰을 통해 각 기관이 납품을 요구한 천장재의 규격을 확인할 수 있는데 48곳 중 42곳이 '방염재'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염재는 마감재가 불에 타지 않도록 화학 처리를 한 것을 말하는데 불에 탈 수 있는 소재에 화학 처리를 했기 때문에 화재피해 위험이 있다.
각종 법은 학교의 내부마감재로 불연재료를 사용하도록 지정했다. '건축법 시행령' 제61조 1항을 보면 교육시설중 학교·학원에서는 건축물의 주요구조부를 불연재료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대한 규칙' 제24조 1항에서도 교육시설인 학교와 학원의 마감재를 불연재료 또는 그에 상응하는 준불연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반면 불연성 재료가 아닌 마감재로 학교 시설 시공을 할 수 있는 예외 사항이 있었다. '교육시설의 안전·유지관리기준'에 제12조는 교육시설의 내부 마감재는 불연재료 또는 준불연재료여야 한다고 적시하지만 '주요 구조부가 내화구조 또는 불연재료로 되어 있고 바닥면적 200㎡ 이내마다 방화구획이 되어 있는 교육시설은 제외한다'라는 예외 사항이 있다.
더불어 '건축물방화구조규칙' 제24조에서 실내장식물은 마감재료에서 제외하는데 천장재로 사용되는 벽천장용 흡음재는 실내장식물로 보고 방염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틈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법에서 교육시설 마감재에 대한 예외 사항이 있는 건 학생들의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방염재는 화학처리를 통해 화재에 대한 일정 부분 내구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불연재와 준불연재와 비교하면 여전히 화재에 취약하다"며 "예외 조항이 있으면 이에 따라 원칙을 피해가려는 움직임들이 있어서 불연재와 준불연재가 아닌 내부마감재료를 사용할 수 있게 한 내용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