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고라

[경인아고라] 국익과 정치에서 누가 우리의 적인가?

입력 2023-12-04 19:5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2-05 18면
이분법적 구분은 민심 분열시켜
사회주의국가 주적 동일시는 비약
틀로 가둘땐 협력공간 적어질수도
실용은 적·경쟁 구분 안보와 달라
흑백적 사고로 '국익 훼손'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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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단국대학교 교수
오늘날 국내정치와 국제사회를 보면 누가 우리 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사상과 이념 그리고 안보와 경제, 가치관과 체제로 나뉘는 것이 정확히 구분되는지도 쉽게 알기 어렵다. 그리고 우선 그 적이 왜 존재하는지 보면, 그 적이란 것이 나의 이익에 혹은 진영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으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러한 아군과 적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에는 역사적 사실과 현실적 이익 그리고 그로 형성된 가치관이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교육 받아졌거나 스스로 체험이나 학습으로 그러한 가치관이 만들어진 것인지 혹은 손실에 따라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혹은, 역사적 기억이나 당시 사회와 국가정세에 따라 그 적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있는데, 이 유심조라는 것이 내 개인의 이성적 판단인지 혹은 주위 상황에 따라 강압된 것인지 불분명해질 때가 있다.

6·25전쟁을 겪은 우리에게 있어 전쟁을 도발한 북한은 적이었고, 현재 남북대치 상황에서도 적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국가가 적인지 이 국가의 체제(정부)가 적인지는 불분명하다. 간단히 정리하면, 우리를 침략했던 정부의 국가가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하면 북한이 우리의 주적임이 확실하다. 그런데 북한 체제를 불신하여 떠나 한국이나 제3국에 있는 자들이 우리의 적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쉽게 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혹은 해외에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정부에 다른 의견을 갖는다고 그들을 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이것은 아마 미국 같은 다민족 국가가 아닌 단일민족 한국에서 적이라는 개념이 국가와 사상 체제에 대한 나와 타인의 분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지 한다. 우리 사회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적으로 분류하는 현상은 정치적 경쟁에서는 가능하지만, 여러 다른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민주주의제도에서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여러 의견이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며, 정치과정에서 여론 수렴이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상적 우익과 좌익이란 문제와 보수와 진보라는 문제는 분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좌익, 진보, 사회주의, 공산주의, 독재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민주주의 3권분립에 따라 법에 따른 공평한 평가가 중시되어야 하는 이유다. 민주 정치를 위한 정당이나 압력단체의 행동은 국가 법 구조 안에서 진행돼야 하며 소수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다수의 이익을 존중할 필요도 있다. 민주적 의견 수렴에서 이분법적 구분은 민심을 분열시킨다. 혹자는 정치현상에서 이분법적 분류가 지지세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정치인은 특히 전체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70년 전, 한국전쟁으로 한미동맹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것은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이유로 북한이 적으로 판단되어왔다. 일부 교류를 통한 화해 상태가 있기는 했지만, 위협적인 적이란 개념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북방외교를 통해 사회주의 국가와 수교하고 교류하는 입장에서 안보적 경계 대상이라는 의미로 사회주의 국가들을 볼 수는 있지만 이들을 주적 개념과 동일시 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한국전쟁에 개입했다는 것을 묵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교류하며 경계하는 대상을 대치하는 대상과 동일시 하는 것은 문제다. 우리가 그러한 틀로 대상을 가두고 교류하려 한다면 협력 공간이 적어질 수 있다. 국가이익에서 적과 경계(경쟁) 대상의 구분은 안보적 적의 개념과 다른 부분이 있다. 이것이 실용이다. 얼마전 서거한 키신저 외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에는 적과 동침하는 경제구조와 우군과 같이하는 안보 구조도 있다. 그리고 경쟁해야 하는 대상들도 있다. 민주주의에서 정치적 경쟁자를 적으로 보는 것이 국제문제까지 확장되는 이분법적 구분으로 발전한다면 우리 국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항상 국내 정치와 대외관계의 이분법적 청백전이 열린다. 민주사회의 발전과정이지만 국제사회까지 확장되면 국익이 훼손된다. 흑백적 사고의 집단이익이 국가이익을 훼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김진호 단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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