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끊기고, 군인 외출 막히고…

"재난문자에도 식은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속 도발 우려
"남북관계 개선돼 더 평온해지길"


백령도 르포 관련 한산한 백령도 진촌리 시내4
6일 오후 찾아간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 상점가가 한산하다. 상점을 이용하는 군인들도 비상근무로 자취를 감췄다. 2023.12.6 백령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식당에 군인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서해 최북단 섬인 인천 옹진군 백령도 현지에도 북한의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이후 얼어붙은 남북관계 여파가 미치고 있다.

6일 오후 6시20분께 인천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 한산한 거리의 한 식당 주인 손윤숙(35)씨는 "최근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군부대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며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군인인데, 최근 2주 동안 저녁식사를 하러 외출하는 군인 손님이 눈에 띄게 많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남북 경색 국면에 백령도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장촌리에서 27년째 민박집을 운영한 이광현(62)씨는 "가뜩이나 12월은 관광객이 뜸한 철인데, 최근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포문을 열었다는 뉴스가 연일 나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두무진 포구에서 횟집을 하는 어민 윤학진(48)씨는 "이 동네는 대부분 어민이 횟집 운영과 유람선 운항 등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며 "북한과의 관계가 나빠지면 어김없이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푸념했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인 백령도 현지에선 혹시 모를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민 강정열(78)씨는 "40년 동안 이곳에서 살았어도 군인들이 훈련할 때 '펑펑' 포 쏘는 소리가 나면 매번 놀라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백령고등학교 학생 함지원(17)양은 "최근 북한에서 서해에 쏜 발사체가 날아왔다는 등 재난문자가 오면 불안하고 정말 전쟁이라도 날까 봐 무섭다"고 했다.

지난달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정부는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조항(제1조 3항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효력정지 조치를 취했다. 이에 북한은 군사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

주민 김우영(55)씨는 "남북관계가 개선돼 백령도가 더 평온해졌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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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백효은·정선아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