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4월 기준으로 등록된 청각·언어장애인은 43만4천813명이다. 경기도가 8만2천737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5만9천714명)>경북(3만6천679명)>경남(2만7천12명)>대구(2만5천697명)>부산(2만5천371명)>인천(2만5천128명)의 순이다. 이들 가운데 농인, 즉 청각장애를 가진 이로서 농문화((Deaf Culture) 속에서 한국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은 5만2천107명으로 전체 청각·언어장애인의 12% 정도를 차지한다. 수어를 사용할 수 있는 청각·언어장애인의 비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수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어 전문교육기관을 비롯한 교육인프라와 전문강사의 부족이 주된 원인이다.

인천시 의뢰로 진행된 인천대 산학협력단의 '점자·수어 사용 실태조사 및 시행계획 수립' 연구용역(12월 8일자 보도)은 실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인천 거주 청각장애인 1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6.5%가 수어교육에 필요한 지원으로 '수어 전문교육시설 설치'를, 19.3%가 '수어 전문인력 양성'을 각각 꼽았다. 응답자의 절반이 전문시설과 전문인력의 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더군다나 응답자의 65.7%가 청각장애특수학교에서 수어를 배우긴 하나 정작 가르쳐 주는 사람은 교사가 아닌 '농학교 선·후배 또는 친구(38.6%)'라는 답이 가장 많다는 사실은 실로 당혹스럽다. 청인(비장애인)이든 농인이든 농학교 교사로부터 배웠다는 응답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한국수화언어법 제6조에 따라 5년마다 한국수어발전기본계획을 새로 수립한다. 전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올 초에도 향후 5년 동안의 한국수어 정책방향을 제시한 '제2차 한국수어발전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었다. 수어를 사용하는 국민의 정보·문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수어교육원을 17곳으로 늘리고, 공공수어 통역 지원도 연평균 440회에서 2천회로 4.5배 늘린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이다. 지난 2017년부터 매년 한국수어교육원을 공모했으나 지난해까지 4곳을 지정하는 데 그쳤다. 정부 브리핑의 수어통역 지원도 2021년 기준 27%에 불과하다. 농인의 일상적인 문화 향유를 위한 수어통역 지원은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갈 길이 먼데 걸음이 너무 더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