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K-요괴들의 활약

입력 2023-12-11 20:00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2-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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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들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설화나 전설의 단골 소재로 파적거리였던 요괴들이 구비문학의 울타리를 벗어나 웹툰·드라마·영화 등을 통해 문화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인간들을 위협하거나 도와주는 무시무시한 가공의 존재들이 이제는 '돈'이 되는 문화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요괴는 구비 설화나 여러 문헌들 속에서 귀신·도깨비·괴물·자연물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출현한다. 인간을 괴롭히고 해악을 끼치기도 하다가 인간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간을 꾸짖는 훈육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요괴 문화가 훨씬 크게 성행하고 있는 바, 오니(おに)·덴구(天狗)·갑빠(河童)·바케모노(化物) 등 불리는 이름과 종류도 다양하고 공포스러운 존재들이 많다.

최근의 민속학 연구들을 보면 뿔이 달린 도깨비는 본래 우리에게는 없었던 형상이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에서 들어온 오니의 영향이라 한다. 우리의 도깨비들은 몽당빗자루·절구공이·도리깨자루·개고기 등 친근한 일상용품들이거나 자연물이 변화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일본 요괴는 이계(異界)·타계(他界)의 존재들로 산과 바다 등 도처에 존재하면서 인간을 목표로 출몰하여 다양한 스릴러급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구비 설화와 고전 문헌들 속에 등장하는 우리의 요괴들은 밥풀에서 탄생한 불가사리를 비롯하여 용·이무기·두억시니·올출비채·삼족오·저승사자·역신·구미호·성황신·우렁각시 등 종류와 숫자도 많다.



이런 옛이야기들은 웃음과 슬픔, 해학과 풍자, 지혜와 어리석음, 상상력 등 민족의 가치관과 특성이 배어있는 문화적 정체성의 지표가 된다. 최근에는 드라마 '구미호', 영화 '외계+인', 웹툰 '호랑이 형님' 등 고전 설화 속의 요괴들이 문화콘텐츠로 각광받고 있으며, 연구와 출판도 활성화하고 있다. 요괴의 이야기들이 K-컬처로 발돋움하고 있다.

재미, 교훈과 함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한국 요괴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전세 사기·보이스피싱·사채고리대금업, 그리고 지구환경이야 어떠하든 돈되는 일이나 기술이면 무조건 만들고 개발하는 개발주의자들, 국민보다 개인의 영달과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정치인 등등, 현대판 요괴들로 전통의 요괴들이 더욱 빛나는 시절이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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