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불모지 판교, 쇄신의 바람이 분당

입력 2023-12-11 20:25 수정 2024-02-12 10:54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2-12 2면

IT·게임업계, 회사 안팎 목소리 커져 … 카카오, 2년여만에 창업주 대담
7개 지회 'IT 임협 연대' 예고… 공통 이슈 대응·업종별 교섭 시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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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종각오피스 앞에서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3.12.8 /연합뉴스
 

'노동조합 불모지'로 불렸던 판교 IT·게임업계 노조들이 체급을 키우고 있다. 회사 안팎의 각종 이슈에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내년 임금 협상을 앞두고는 최초로 IT 임협 연대를 결성하기도 했다. 업계에서의 노조 결성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향후 영향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판교에서 대표적으로 노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곳은 카카오다. 본사 직원의 50% 이상이 가입한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은 지난 7월부터 경영 정상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며 쇄신 움직임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는 2년 10개월 만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의 대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4일부터 카카오 경영쇄신 과정에 노조의 참여를 요구해왔지만 사측은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노조 요구가 거세진 점 등과 맞물려 김 위원장은 임·직원 대담을 전격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고 쇄신의 진행 상황과 내용을 카카오 직원들에게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엑스엘(XL)게임즈 분회도 지난달 게임사 최초로 구조조정 시 노조 측과 사전 협의를 통해 정확한 규모와 보상 방안을 협의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진창현 엑스엘(XL)게임즈 분회장은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고용 불안 요소인 대규모 권고 사직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면서 "이전과 달리 노조 규모가 커지면서 단체 집회를 하면 언론 노출이 되다보니 경영진들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 노조는 연대를 통해 영향력을 키울 전망이다. 11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IT위원회에 따르면 7개 지회(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웹젠, 한글과컴퓨터)는 내년 임금 교섭을 'IT 임협 연대'로 진행한다. IT 임협 연대는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본사 및 계열사 32곳과 임금 교섭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연대의 목표는 공정한 성과 배분이다. 위원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IT·게임업계가 특수를 누렸지만, 평가 기준이 불투명해 직원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동안 소수 경영진의 판단으로만 정해졌던 성과 배분 결정 방식과 조직의 분사·인수·합병 등에 구성원들의 입장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번 연대를 통해 성과급 배분, 노동 여건 등 공통의 이슈에 공동 대응하면서 향후 업종별 교섭을 시도할 계획이다. 현재 IT·게임업계 노조는 상급 단체인 화섬식품노조가 개별 기업 교섭에 함께 참여하는 '대각선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부위원장(네이버지회장)은 "각 회사의 성과 배분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단일한 시스템을 만들긴 아직 어렵겠지만, 이번 연대를 통해 각 노사 간 합의로 IT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초석을 쌓아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 결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점도 판교에서의 노조 영향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5월 엔씨소프트와 구글코리아에서 노조가 만들어졌고, NHN도 지난 4일 노조 결성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회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노조가 형성되고 결집하다 보니 판교 IT·게임업체들이 수직적 관계에서 대등한 관계로 바뀌고 있다. IT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유효한 수단이 구축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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