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5개월만에 유정복시장 체제로
市 감사서 '근무시간 미준수' 논란
아트플랫폼 대안없는 개편에 자괴감

이종구 대표
이종구(사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최근 인천시에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임기를 마친다는 게 굉장한 부담이 됐다"며 그동안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종구 대표는 14일 경인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하는 방법이나 내용에 대한 평가보다는 진영 논리로 (사퇴를) 압박한 것은 유감"이라며 "저는 작가로서 제 자리로 돌아가고, (현 인천시정부와) 더 좋고 훌륭한 파트너가 와서 일을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고민 끝에 결심했다"고 말했다.

민중미술 화가인 이종구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남춘 인천시장(민선 7기) 때인 2022년 1월27일 인천문화재단 대표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5년 1월까지다. 대표이사 선임 5개월여 만에 인천시는 민선 8기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 체제로 바뀌었다.

이종구 대표는 올해 초 인천시가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관장 등 복무 감사 때부터 사퇴 압박이 시작됐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초대 대표이사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대표의 근무 시간은 관행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였고, 그동안 아무런 지적이 없었는데 올해 감사에서 지적이 나왔다"며 "문화행사가 많은 업무 특성상 각종 행사 참석에 따른 야근과 주말 근무를 고려한 관행이라는데, 인천시가 뒤늦게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는 이종구 대표에 대해 '근무시간 미준수'를 지적했고, 규정상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에 대한 징계는 '해임'뿐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월에 감사 결과를 확인했고, 그즈음 인천시에서 책임 있는 분이 와서 '시장님께 사직서를 드리면 당장 처리하지 않고 임기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다"며 "지난 7월 한 차례 사직서를 제출했던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최근에는 시장과 가까운 몇몇 분이 감사나 징계와는 별도로 다시 그 문제를 거론하면서 연말이니 자리를 정리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건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인천문화재단 대표를 맡는 3년 동안은 작가로서 활동하지 않겠다고 했고, 작가에겐 굉장히 큰 결심이자 양보"라며 "제가 소속됐던 작가단체와 관계없이 중립적으로 재단을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했다. 그는 "임기 3년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게 제 신념이었는데, 자리 보전을 위한 것으로 비치면서 양보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인천시의 인천아트플랫폼 운영 방안 개편에 대해서도 "예술가를 위한 인천에서 유일한 공간이고, 많은 예술가들이 자긍심을 갖고 있다"며 "인천시가 대안도 없이 개편한다는 것에 대해선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제 자리는 작가이기 때문에 작가로 돌아간다"며 "재단 직원들에겐 굉장히 미안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농민 화가', '극사실주의 화가', '현실주의 화가' 등의 수식어로 표현되는 작가다. 실경(實景)으로 정치·사회적 시대 행태를 드러내는 작품세계를 추구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내년 10월까지 여는 한국미술 특별전에서 김환기, 박수근, 이유태, 이우환 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기도 하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