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시장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인천문화재단
최진용 이어 이종구 중도 사의 표명
시민사회단체들, 수단·사유화 지적
민선 7기 선임제도도 재조정 변경중
"파벌 등 고질적 병폐 바로잡아야"

이종구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1년 2개월여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의를 표명(12월15일자 1면 보도='사의 표명' 이종구 인천문화재단 대표… "사퇴 압박 받았다")하면서, 지난 2차례 인천시장 선거를 치른 이후 전임 시장 때 선임된 인천문화재단 대표가 정치적 압박에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태를 두고 지역 문화예술계 상당수는 어떠한 영역보다 '다양성' '독립성' '자율성' '창의성'을 보장해야 할 문화예술 분야가 정치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를 비롯한 지역 문화예술·시민사회 단체는 이종구 대표의 사의 표명 관련 17일 공동 성명을 통해 "인천시(장)의 인천문화재단 종속화 및 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친 시장 인사로의 교체 시도를 문화예술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해치고 수단화, 사유화하려는 것으로 규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문화와 문화예술인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태도는 사라져야 하며, 문화와 인천문화재단이 지역 정치권과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일이 반복되거나 관행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유정복 인천시장은 대표이사의 사표가 혹여나 공식 제출되었다면 이를 반려하고 소신껏 주어진 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문화재단 대표의 중도 사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선 6기 유정복(국민의힘) 시장 때인 2016년 12월 선임된 최진용 전 인천문화재단 대표는 민선 7기 박남춘(더불어민주당) 시장 취임 이후인 2018년 11월 임기를 1년 1개월여 남기고 사직했다. 임기 중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던 최 전 대표는 시장이 바뀌자 인천시의회에서의 고강도 행정사무감사 등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났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이후 인천문화재단 대표 선임 제도도 지속으로 바뀌는 중이다. 민선 7기 당시인 2019년 9월 인천문화재단 혁신위원회가 새로 마련한 제도는 '이사추천위원회' 위원 추천에서 기존 인천시장 추천 2명을 없애고 시의회 추천도 2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대신 재단 직원 추천 2명, 이사회 추천 3명, 시민위원 3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이 제도로 처음 선임된 게 이종구 현 대표다.
그러나 인천문화재단 '이사추천위원회'(임원추천위원회) 규정은 지난 8월 다시 바뀌어 시장 추천 2명을 복원하고, 시의회 추천을 2명으로, 이사회 추천을 2명으로 각각 조정했다. 후임 재단 대표는 또 다시 새로운 제도로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의 한 문화예술인은 "문화 영역을 인천시정부나 시장의 치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예술 그 자체가 아닌 관광 등의 하부 영역으로만 치부하고 있다"며 "문화예술계가 어렵게 일구고 있는 문화자치가 정치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구 대표가 그동안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이종구 대표는) 일신상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해당 주장을 부인하는 취지로 답했다.
인천시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지역 원로 인사는 "임기가 남아 있는 문화재단 대표 흔들기는 아직도 고질적 인천 문화계의 파벌 싸움과 진영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런 현상들은 인천의 문화 수준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재단 이사장인 유정복 시장이 이런 고질적 병폐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인천이 청산해야 할 진영 간 사람 흔들기가 문화계까지 전염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