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교통약자의 이동권·(上)] 버스정류장 편의시설 태부족
道 7천곳중 '적합도 100%' 15곳 뿐
좁고 경사 심한 곳 많아 사고 우려
차량과 뒤섞여 주행도… 개선 시급
저상버스 의무도입 등 교통약자를 위한 교통수단 보급 정책은 추진되고 있지만, 교통약자가 버스정류장을 가는 것부터 버스를 탈 때까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버스를 타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버스정류장 이동편의시설 실태를 살피고,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 방안을 모색한다. → 편집자 주
"다시는 버스 탈 생각을 하지 않아요."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 김기환(56)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이동수단으로 버스를 고려하지 않는다. 버스를 타기 위해 가는 길은 모든 순간이 고역이기 때문이다. 겨우 버스정류장에 도착해도 대기하는 공간은 비좁아 자리가 없고, 정류장의 연석은 높아 경사판 설치가 불가한 경우도 많다. 그에게 버스 이용이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장애인과 고령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경기도 내 버스정류장과 접근보도의 이동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정류장 접근을 위한 보도환경부터 버스탑승까지 이르는 과정 모두 미흡한 실정이다.
27일 경기도 이동편의시설 기술지원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센터에서 저상버스가 정차하는 도내 노선버스정류장 총 1만1천908개소 가운데 관공서 주변을 제외한 7천7개소를 선정해 이동편의시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적합도가 100%인 지점은 15개소(0.2%)에 불과했으며, 0%인 곳도 50개소에 달했다.
저상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3개 시·군(동두천시·가평군·연천군)을 제외한 도내 28개 시·군의 이동편의시설 종합 적합도는 65.1%로 나타났다. 양평군의 적합도가 80.9%로 가장 높았으며, 이천시(76.8%)와 여주시(75.5%)가 뒤를 이었다. 반면 안성시는 53.4%로 가장 낮은 적합도를 기록했고 남양주(55.8%)와 시흥시(57.1%)도 하위권이었다.
이날 종합 적합도 상위권 정류장과 하위권 정류장의 이동편의시설을 확인해 보니 상위권인 수원시 팔달구의 한 버스정류장은 내부 휠체어의 진출입과 회전이 가능한 공간이 충분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도 설치돼 있었다. 보도폭은 성인 한 명과 휠체어 한 대가 지나가도 충분했으며, 차도에서 보도로 넘어가는 턱의 단 차 역시 없었다.
반면 낮은 종합적합도를 기록한 의왕시 삼동의 한 버스정류장은 차량 진출입부에 있어 비좁고 경사가 심해 휠체어 이용 자체가 어려웠다. 보도폭은 1m에 불과해 전동휠체어를 타는 고령자들은 차와 뒤섞여 도로 위를 주행하고 있어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이번 실태조사가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실상을 보여준 만큼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센터 관계자는 "이동권은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게 보장돼야 하는데 이를 보장받지 못하는 교통약자들은 보도블록이 하나 빠지는 것에도 큰 불편을 감수한다"며 "도내 버스정류장이 교통약자를 태울 준비가 됐는지 돌아보고 이용편의시설을 더욱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