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노출 3차례 소환 조사 일정
유튜브 녹취록 공개 '압박' 추정
인천경찰청 유명 연예인 2명 조사

현장 감식하는 경찰<YONHAP NO-1224>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배우 이선균이 차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이선균은 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2023.12.27 /연합뉴스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에 이어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 등 유명 연예인 2명을 잇따라 공개적으로 수사선상에 올려놓았던 인천경찰청은 끝내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하게 됐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공원 차량 안에서 이씨가 숨져 있었다. 이씨는 유서 내용의 메모를 남기고 집을 떠났으며, 연락이 닿지 않자 매니저가 112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숨지기 나흘 전인 지난 23일 3차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다음 날인 24일 오전 5시께까지 19시간 진행됐다. 경찰 안팎에선 이씨가 3차례에 걸쳐 진행된 소환 조사 일정이 모두 외부에 알려졌다는 점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과 관련된 내밀한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된 점 등으로 인해 심리적 압박감이 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씨의 변호인 측은 그가 숨지기 전날인 26일 경찰에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측은 경찰 수사의 발단이 된 유흥업소 실장 A씨(29·여)의 진술 등에 대해 억울함을 거듭 호소해왔다. 이와 함께 추가 소환 조사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요청하기도 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에서 톱 배우 이씨 연루 사건이 지난 10월 외부에 유출되면서 대중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씨는 경찰의 공개 소환 조사 전 취재진 앞에 설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10월28일 첫 소환 조사를 위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사무실이 있는 논현경찰서를 찾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많은 분께 큰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 순간 너무 힘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의 모발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했으나,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이씨가 숨지면서 해당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공소권 없음은 피의자가 사망해 기소할 수 없는 상황 등에 내려진다. 앞서 경찰은 가수 권씨에 대해선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명 연예인 2명에 대한 경찰의 마약 관련 수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사실상 종료된 셈이다.

경찰이 현재까지 검찰에 송치한 피의자는 유흥업소 실장 A씨를 비롯해 유흥업소 종업원(26·여), 방송인 출신 작곡가 정다은(31·여)씨 등 3명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숨진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다른 인물에 대한 수사는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1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이후 '커피 프린스 1호점'(2007), '하얀 거탑'(2007), '파스타'(2010), '나의 아저씨'(2018)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2019년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출연하며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높였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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