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한 소방관 11명 만나보니
연가 사용·유연근무제 장려 앞장
소방사로 시작, 세심한 배려심 갖춰
“남몰래 고민하던 뒷모습 기억 남아”

김포소방서 직원들이 역대 최고 지휘관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김종묵(51) 서장이 임기를 마치고 떠난다. 취임하자마자 공무직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부터 개선한 그는 직원들에게도 따뜻한 리더였다. 한참 후배들과도 격의 없이 담배를 태우고 휴가일정까지 취소해가며 소방관들의 경조사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그의 퇴장을 직원들은 무척 아쉬워한다.
경인일보는 최근 세대와 계급을 초월한 11명의 소방관과 ‘김종묵 서장’을 이야기했다. 정확히는 김 서장이 재임한 기간 달라진 조직문화를 이야기했다.
직원들에게서 공통으로 나온 말은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일해보고 싶은 서장”이었다. 직원들은 김 서장에게서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고, 일을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를 배웠고, 조직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배웠다고 했다. 특히 그가 일할 맛 나는 판을 깔아주는 데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가장 먼저 언급된 게 휴가와 관련된 것이었다.
황선영(31) 소방안전특별점검단 반장은 “김종묵 서장님이 온 뒤로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생각되는 게, 보통 과장이나 팀장이 서장의 지시부터 받고 그걸 전파하지 않느냐. 김종묵 서장님은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며 “서장님은 늘 부하들이 부담 느끼지 않도록 과장이나 팀장부터 솔선수범해 연가를 자유롭게 사용하라고 강조했다. 그게 실제로 행해지니까 확실히 업무스트레스가 줄었다”고 소개했다.
옆에 있던 이경순(37·여) 회계장비팀 반장 또한 “김종묵 서장님은 유연근무제라든지 육아시간 등의 제도를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고 거들었다.
손경신(47·여) 소방민원팀 주임은 “내가 1년 넘게 질병 휴직을 했다가 복귀했는데, 물론 본부에서 운영하는 상담제도의 도움도 받았지만 서장님이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관심을 가져줘서 직원들 사이에 불필요한 불편함이 생기지 않고 재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김종묵 서장의 소탈한 면모도 화제가 됐다.
황선영 반장은 “내가 오산소방서에서 전입한 지 2개월쯤 지났을 때 당직을 섰는데 당직업무폰이 잘못 눌려 한밤중 서장한테 전화가 갔다”며 “깜짝 놀라서 혼나겠구나 싶었는데 잠시 후에 개인폰으로 전화가 와서는 자상하게 ‘무슨 일 없느냐. 괜찮냐’고 해주더라. 직원들 개인번호를 일일이 저장해놨다는 생각에 따뜻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서재홍(57) 119구급대장은 “구급대원들과 근무 끝나고 김포 5일장에서 쪽갈비를 먹으면서 한 직원이 셀카를 찍어 서장님에게 보낸 적이 있는데 서장님이 그걸 두고두고 고마워했다. 직원들이 서장을 얼마나 편안하게 여기는지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냐”며 활짝 웃었다.
이상준(54) 소방행정팀장은 “서장님이 아무래도 술자리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어느 자리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기관장 계급장을 내려놓고 자리도 항상 상석이 아닌 구석에 앉는다”며 “고기 먹을 때도 늘 본인이 직접 굽고 가위로 잘라주는 모습에서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김종묵 서장이 개인 역량을 끌어내는 방법도 남달랐다고 했다.
손경신 주임은 “서장님은 직원들이 어떤 걸 잘하는지, 또 어떤 걸 채워야 하는지 끊임없이 알고자 했고 그에 맞춰 업무가 주어지도록 노력했다”며 “최근 소방업무가 창의적으로 확장하는 추세인데 기본을 잊지 않으려 하는 방침도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김유중(40) 구조구급팀 주임은 “서장님은 재난 분야에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싶어 했다. 그중에서도 유관기관 연락체계 구축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재난 발생 시 유관기관에 카카오톡으로 상황을 전파하는 기민한 시스템이 김종묵 서장님 때 정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9년 김포소방서 개소 이래 13명의 서장을 겪어봤다는 양태원(50) 대응전략팀장은 “직원들에게 작은 업무 하나를 지시하더라도 진심을 담아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서장님이었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상준 팀장은 “서장님이 휴가를 내고 개인적인 지방 일정을 잡았을 때 직원 경조사를 갑자기 갈 일이 생기자 내가 보는 앞에서 부인에게 전화해서 일정을 취소하더라. 직원들 결혼식 같은 걸 가서도 신랑 신부보다 부모님을 먼저 찾아가 소위 폴더인사를 하며 자녀 칭찬부터 했다”며 미소 지었다.

윤보영(56) 중앙119안전센터장은 “서장님이 취임 당시 좋은 서풍을 만들어가겠다고, 항상 존중과 배려로 서로를 이끌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직장의 초석을 놓은 분”이라며 “뇌출혈로 쓰러져 휴직했던 대원이 회복한 후 첫 만남이 팀원들과의 강화도 워크숍이었는데 그날 저녁 서장님이 선물까지 들고 깜짝 등장해서 모두가 감동한 적이 있다”는 일화를 밝혔다.
여상훈(36) 소방안전특별점검단 반장은 “서장님은 직원들에게는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남몰래 고민이 많았던 분”이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또 이동근(29) 예방대책팀 반장은 “분명 기대치에 못 미쳤을 텐데 나를 야단치거나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꼭 다시 근무해보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김민정(42·여) 소방행정팀 주임은 “서장님은 열심히 일하려는 직원을 어떻게든 챙겨주려 했다. 또 간부가 아닌 평직원들도 카톡으로 편하게 보고할 수 있게 해줬다”며 “취임 때 사진과 요즘 사진을 비교해봤더니 얼굴이 상하셨더라. 내내 고민이 컸을 텐데 직원들에게 내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유중 주임은 “서장님이 부인에게 ‘서장으로 첫 근무라 어떤 식으로 조직을 이끌지 고민된다’고 얘기했더니 부인이 ‘당신은 어차피 소방사부터 올라온 사람이니 그때 느꼈던 감정과 힘든 입장을 생각해 배려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더라. 서장님의 뒷모습, 그 어깨가 기억이 많이 날 것 같다”는 말로 선배를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