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변동 배제특약 무효화 주장
대기업 횡포, 무효화 해당 안돼
인천 부평구 청천2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을 시공한 DL이앤씨가 물가 인상에 따른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며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도급계약 체결 과정에서 반영한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시공사가 제기한 것인데, 청천2구역처럼 공사비 증액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는 재개발사업장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DL이앤씨는 최근 인천지방법원에 청천2구역 재개발조합과 사업대행자인 무궁화신탁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냈다.
DL이앤씨는 1천600억원에 달하는 추가 공사비를 지급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천2구역에 세워진 e편한세상 부평그랑힐스는 5천5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2020년 7월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0월 준공했다. 입주가 시작된 상태에서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는 소송이 진행되는 것이다.
DL이앤씨는 급격히 상승한 공사비 추가분을 재개발조합과 사업대행자가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급계약서에 '물가가 상승해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측하기 어려운 '불가항력적 상황'이 누적돼 공사비가 급등했기 때문에 해당 조항은 무효라는 게 DL이앤씨 주장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계약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특약은 무효'라는 조항이 있다. DL이앤씨는 청천2구역 사업이 "계약 체결 당시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해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개발조합과 사업대행자 측은 도급계약서에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명시된 만큼,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개발조합과 DL이앤씨가 체결한 계약서에는 '본 공사비 산정 기준은 2020년 8월이며, 산정 기준일 이후 물가 상승에 의한 공사비 조정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재개발조합은 코로나19가 절정이었던 2020년 9월 도급계약이 이뤄졌기 때문에, DL이앤씨 측이 그 영향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미 3차례에 걸쳐 160억원 상당의 공사비를 인상해줬다고 설명했다.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DL이앤씨가) 대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무효화시키고자 하고 있다"며 "우리 소송 결과가 전국의 모든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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