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개 연안도시 중 최대 상승
침수 피해 횟수·규모 늘어날 듯
인천이 세계 주요 연안 도시 중에서 해수면 상승 폭이 가장 클 것이라고 경고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해수면 상승은 침수 피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응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극지연구소는 3일 극지방 빙하가 계속 녹아 오는 2050년 인천 해수면이 약 4㎝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폭 3.6㎝ 보다 약 10% 정도 더 높은 것이다. 인천의 해수면 상승폭은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등 이번 연구에 포함된 주요 5개 도시 중 가장 높았다.
극지연구소는 기존 연구에서 서해안 지역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 등을 토대로 서해안 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인천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국내 연구팀이 극지방 빙하 감소가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지역적으로 정밀 예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팀은 1992년 이후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남극과 그린란드 빙하량의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해수면 변화를 예측했다. 지난 30년간 빙하는 지속해 감소했으며, 사라진 빙하는 대부분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수면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빙하 감소 양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통계 기법을 활용해 미래의 빙하 손실량을 계산하며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했다.
분석 결과 빙하가 줄면서 남극과 그린란드 주변은 만유인력의 감소로 해수면이 오히려 낮아졌으며, 먼바다에서는 반작용으로 평균보다 해수면 상승 폭이 컸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인천은 이러한 상승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극지연구소는 2050년 인천 지역 해수면이 4㎝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이보다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인천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어느 도시보다도 클 것으로 우려했다.
이미 인천은 매년 해수면 상승으로 크고작은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백중사리(1년 중 바닷물 수위가 가장 높아지는 때)와 대조기(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밀물이 가장 높은 때)가 겹치는 시기엔 소래포구나 연안부두 등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태풍 등 강한 바람이 불면 높아진 해수면으로 인해 파고가 높아진다. 이는 해일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극지연구소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인천지역 침수 피해가 더 자주, 더 크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극지연구소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해수면 상승 정도를 예측하기 위한 연구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극지연구소 김병훈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극지방의 빙하 손실만을 고려해 예측한 '최소한의' 해수면 상승치"라며 "2050년까지 1.5도 이내인 온도 상승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제로 더 심각한 해수면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프 참조
/정운기자 jw33@kyeongin.com